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다음 사실을 알 수 있다.
- 가. 원고는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이하 ‘금융실명법’이라고한다) 제2조 제1호의 ‘금융회사 등’에 해당한다.
- 나. 원고는 금융실명법에 따라 금융거래자의 실명확인절차를 거친 후 금융거래를 하였고, 금융거래자에게 배당 및 이자를 지급할 때에는 소득세법의 일반세율14%를 적용한 소득세를 원천징수하여 납부하였다.
- 다. 피고 대한민국(관할 BB세무서장)은 “검찰의 수사, 국세청의 조사 등에 의해 사후적으로 차명계좌임이 밝혀진 경우, 해당 계좌에 예치된 금융자산은 금융실명법 제5조 의 차등세율(원천징수세율 100분의 90) 적용대상인 ‘실명에 의하지 아니하고 거래한 금융자산’에 해당한다“는 전제에서, 원고에 개설된 일부 계좌(이하 ‘이 사건 계좌’라고 한다)에서 발생한 이자소득 및 배당소득에 대해 원천징수세율 100분의 90을 적용한이자소득세 및 배당소득세를 각 납부고지하였고, 피고 CCC시는 그 각 세액에 비례하여 지방소득세를 각 납부고지하였다(이하 피고들의 각 납부고지를 통틀어 ‘이 사건 각 처분’이라고 한다).
- 라. 원고는 피고들에게 이 사건 각 처분에 따른 고지세액을 납부하였다가 그중 일부를 환급받아, 원천징수세율 100분의 90을 적용한 세액과 당초 납부세액의 차액으로 원고가 피고 대한민국에 납부한 이자소득세 및 배당소득세는 합계X,XXX,XXX,XXX원, 피고 CCC시에 납부한 지방소득세는 합계XXX,XXX,XXX원(이하 이를 합하여 ‘이 사건 납부금’이라고 한다)이다.
- 마. 원고는 “이 사건 계좌는 단순 차명계좌에 불과하여 여기에 예치된 금융자산은 금융실명법 제5조 의 ‘실명에 의하지 아니하고 거래한 금융자산’에 해당하지 않음에도 이와 다른 전제에서 이루어진 이 사건 각 처분에 따라 원고가 이 사건 납부금을 내게 되었으므로, 이는 법률상 원인이 없는 부당이득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면서, 이 사건 각 처분에 대한 항고소송을 별도로 제기하지 않은 채 피고들을 상대로 이 사건 납부금 상당액의 반환을 구하는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다.
2.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다음과 같이 판단하였다.
- 가. 피고들은 금융실명법 제5조 의 차등 세율을 적용하여 이 사건 각 처분을 하였는데, 이는 원천징수대상이 아닌 소득에 관한 납부고지로서 징수처분의 성격을 갖는 데 불과하여 정당한 원천징수 소득세의 과세표준과 세액에 영향을 미친다고 볼 수 없다.
- 나. 원천징수대상이 아닌 소득에 관한 원천징수 소득세의 경우 조세채무의 성립 및 확정이 이루어졌다고 볼 수 없으므로, 무효인 부과처분을 전제로 체납처분이 이루어진 경우 해당 체납처분이 무효로 귀결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부과처분이 없는 상태에서 이루어진 이 사건 각 처분은 당연무효라고 보아야 한다.
- 다. 이 사건 각 처분에 따른 원고의 납부는 원천징수대상이 아닌 소득에 대한 것이 거나 원천징수하여야 할 세액을 초과한 것으로서, 피고들이 이 사건 납부금을 받는 순간 법률상 원인 없이 부당이득을 얻게 된다.
3. 그러나 원심의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수긍하기 어렵다.
- 가. 조세의 과오납이 부당이득이 되기 위해서는 납세 또는 조세의 징수가 실체법적으로나 절차법적으로 전혀 법률상의 근거가 없거나 과세처분의 하자가 중대하고 명백하여 당연무효여야 한다. 과세처분의 하자가 단지 취소할 수 있는 정도에 불과할 때에는 과세관청이 과세처분을 스스로 취소하거나 항고소송절차에 의하여 취소되지 않는 한 그로 인한 조세의 납부가 부당이득이 된다고 할 수 없다(대법원 1994. 11. 11. 선고94다28000 판결 등 참조). 과세처분이 당연무효라고 하기 위해서는 그 처분에 위법사유가 있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그 하자가 법규의 중요한 부분을 위반한 중대한 것으로서 객관적으로 명백한 것이어야 한다. 하자가 중대하고 명백한지 여부를 판별할 때에는 과세처분의 근거가 되는 법규의 목적ㆍ의미ㆍ기능 등을 목적론적으로 고찰함과 동시에 구체적 사안 자체의 특수성에 관해서도 합리적으로 고찰하여야 한다. 어느 법률관계나 사실관계에 대하여 어느 법령의 규정을 적용하여 과세처분을 한 경우에 그 법률관계나 사실관계에 대하여는 그 법령의 규정을 적용할 수 없다는 법리가 명백히 밝혀져서 해석에 다툼의 여지가 없음에도 과세관청이 그 법령의 규정을 적용하여 과세처분을 하였다면 그 하자는 중대하고도 명백하다. 그러나 그러한 법리가 명백히 밝혀지지 아니하여 해석에 다툼의 여지가 있는 때에는 과세관청이 잘못 해석하여 과세처분을 하였더라도 이는 과세요건사실을 오인한 것에 불과하여 그 하자가 명백하다고 할 수 없다(대법원 2018. 7. 19.선고 2017다242409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 나. 이른바 ‘자동확정방식’으로 원천징수하는 소득세는 해당 소득금액을 지급하는 때에 납세의무가 성립함과 동시에 확정된다. 원천징수의무자가 납세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함에 따라 과세관청이 하는 납부고지 역시 원천징수의무와 원천납세의무의 존부 및 범위를 확정하는 효력을 갖는 것이 아니라, 단지 확정된 세액의 납부를 명하는 징수처분의 성격을 갖는 데 불과하다(대법원 2012. 1. 26선고2009두14439 판결 참조). 다만 과세관청이 원천징수의무자가 납세의무를 이행하지 않거나 정당한 세액에 미달하는 세액만을 납부하였다고 보아 납부 할 세액을 정하여 고지하는 경우 과세관청의 의사는 이때 비로소 대외적으로 공식화되는 것이므로, 원천징수의무자가 그 납부고지에 따라 세액을 납부한 뒤 과세관청과 견해를 달리함을 이유로 불복을 제기하고자 할 때에는,과세관청이 정한 세액과 관련된 하자가 중대하고도 명백하여 당연무효에 이르지 않는 한 곧바로 부당이득반환을 구하는 민사소송을 제기할 것이 아니라 징수처분에 대하여 전심절차와 행정소송을 제기함으로써 구제받아야 한다(대법원 1974. 10. 8. 선고 74다1254 판결, 대법원 2025. 9. 4. 선고 2025다211104 판결 등 참조).
- 다. 앞서 본 사실관계를 위와 같은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비록 이 사건 각 처분은 부과처분이 아닌 징수처분의 성격을 가지며 피고들이 이 사건 계좌에 예치된 금융자산이 금융실명법 제5조 의 ‘실명에 의하지 아니하고 거래한 금융자산’에 해당한다는 잘못된 판단에 따라 행한 것이지만, 그와 같은 사정만으로 이 사건 납부금이 곧바로 부당이득에 해당하게 되는 것은 아니다. 이 사건 계좌에 예치된 금융자산을 금융실명법 제5조의 적용대상으로 잘못 판단한 데 따른 이 사건 각 처분의 하자가 중대하고 명백하여 당연무효에 이르러야 비로소 이 사건 납부금이 부당이득에 해당하게 된다.
- 라. 그런데도 원심은 이 사건 각 처분 당시 피고들이 이 사건 계좌에 예치된 금융자산을 금융실명법 제5조 의 적용대상으로 잘못 판단한 하자가 중대하고 명백한지에 관하여 추가로 심리함이 없이, 원천징수 소득세 부과처분이 없는 상태에서 이루어진 징수처분이라는 이유만으로 이 사건 각 처분이 당연무효라고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자동확정방식의 조세에 대한 징수처분의 효력, 부당이득의 성립요건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한 잘못이 있다(원심이 인용한 대법원 2010. 2. 25. 선고 2007두18284 판결은 이 사건과 사안을 달리하여 원용하기에 적절하지 아니하다).
4.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 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