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권 속지주의에 기초하여 국내 미등록 특허권의 국내 사용을 관념할 수 없다고 본 기존 판례를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변경하고, 국내 미등록 특허권을 사용하고 지급한 사용료가 국내원천소득에 해당할 수 있다는 취지로 판단함
특허권 속지주의에 기초하여 국내 미등록 특허권의 국내 사용을 관념할 수 없다고 본 기존 판례를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변경하고, 국내 미등록 특허권을 사용하고 지급한 사용료가 국내원천소득에 해당할 수 있다는 취지로 판단함
사 건 2021두59908 경정거부처분 취소 원고, 피상고인 AA 주식회사 피고, 상고인
○○세무서장 원 심 판 결 수원고등법원 2021. 11. 5. 선고 2021누10237 판결 판 결 선 고
2025. 9. 18.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수원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원심판결 이유와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 등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3. 국내 미등록 특허권에 대한 사용료가 국내원천소득에 해당하는지 여부
1. 조약은 전문․부속서를 포함하는 조약문의 문맥 및 조약의 대상과 목적에 비추어 그 조약의 문언에 부여되는 통상적인 의미에 따라 성실하게 해석되어야 한다. 여기서 문맥은 조약문 외에 조약의 체결과 관련하여 당사국 사이에 이루어진 그 조약에 관한 합의 등을 포함하며, 조약 문언의 의미가 모호하거나 애매한 경우 등에는 조약의 교섭 기록 및 체결 시의 사정 등을 보충적으로 고려하여 그 의미를 밝혀야 한다(대법원 2018. 10. 30. 선고 2013다61381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그런데 한미조세협약의 조항 문언이나 조약 관련 합의, 교섭 기록 및 체결 시의 사정, 나아가 조세조약에서의 ‘문맥’의 개념이나 범위에 관한 다양한 시각들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한미조세협약의 문맥을 살펴보더라도, 국내 미등록 특허권의 국내 사용이나 그 사용대가 지급은 관념할 수 없다고 해석할 근거를 찾기 어렵다. 대법원 역시 그동안 한미조세협약에는 규정되어 있지 않은 특허권 속지주의만 반복하여 언급하였을 뿐 그 판단을 뒷받침하는 한미조세협약의 ‘문맥’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를 밝히지 않았다. 결국 구 법인세법 제93조 제8호 단서 후문에 따른 해석을 배제하는 ‘문맥’의 실체가 명확하게 확인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오히려 아래에서 보듯이 국내 미등록 특허권의 국내 사용은 충분히 관념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
2. 한미조세협약 제14조 제4항 제a호의 ‘사용’은 단지 ‘특허’에만 개별적으로 분리되어 조응하는 것이 아니라 이 조항에 제시된 무형자산 일체에 총체적ㆍ포괄적으로 조응하는 개념이다. 이 조항은 저작권, 특허, 의장, 신안, 도면, 비밀공정, 비밀공식, 상표 및 이와 유사한 재산․권리, 지식, 경험, 기능 등 다양한 무형자산을 열거하고 있다. 이 중에는 특허, 의장, 신안 등처럼 등록을 권리의 발생요건으로 하는 무형자산도 있지만, 저작권, 비밀공정, 지식, 기능 등처럼 그렇지 않은 무형자산도 있다. 이러한 무형자산 일체에 공통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의미의 ‘사용’은 등록을 통하여 독점적 효력을 가지게 된 권리 자체의 ‘사용’이 아니라 무형자산의 내용을 이루는 기술이나 정보 등의 ‘사용’이다. 이와 같이 ‘사용’을 모든 무형자산에 통일적으로 적용되도록 해석하는 것이 ‘사용’이라는 문언의 통상적인 의미나 조항의 체계에 부합하고, 등록과 구별되는 사용의 본질을 제대로 포착하는 길이기도 하다. 이러한 기술이나 정보 등의 사용에는 국경이 없으므로 등록 국가와 관계없이 어디서든 이루어질 수 있다. 한미조세협약 제14조 제4항 제a호의 특허 ‘사용’도 마찬가지 의미로 해석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3. 대법원도 한미조세협약의 일부 무형자산에 대해서는 같은 시각을 내비쳐 왔다. 대법원은 외국 소프트웨어의 국내 도입에 대해 지급한 돈을 통상 노하우라고 일컫는 발명, 기술, 제조방법, 경영방법 등에 관한 비공개 기술정보를 사용하는 대가로 보아 한미조세협약 제6조 제3항, 제14조 제4항 제a호의 국내원천소득으로 인정하였다(대법원 2000. 1. 21. 선고 97누11065 판결 참조). 또한 대법원은 ‘저작권, 비밀공정, 비밀공식 또는 기타 이와 유사한 재산이나 권리, 지식, 경험, 기능 등’의 사용 또는 사용할 권리에 대한 사용료가 어느 체약국 내의 동 재산의 사용 또는 사용할 권리에 대하여 지급되는 경우 동 체약국 내에 원천을 둔 소득으로 취급된다면서, 내국법인이 발명, 기술 등에 관한 비공개 정보를 국내에서 사용하고 미국법인에 그 대가를 지급하였다면 그와 관련한 미국법인의 사용료소득은 국내원천소득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대법원 2022. 2. 10. 선고 2018두36592 판결 참조). 이처럼 대법원은 등록을 권리의 발생요건으로 하지 않는 무형자산에 관하여는 그 무형자산의 내용을 이루는 기술정보가 국내에서 사실상 사용되었는지를 국내원천소득 판단기준으로 삼아 왔다. 그런데 대법원은 국내 미등록 특허권의 ‘사용’에 대해서만은 ‘사실상 사용’이 아니라 ‘특허권의 독점적 효력이 미치는 범위 내에서의 실시’라는 관점에서 국내 사용 여부를 다르게 판단하여 왔다. 이처럼 대법원이 유독 특허 사용의 의미를 달리 파악하는 근거는 특허권 속지주의이다. 하지만 다음에 살펴보듯이 특허권 속지주의는 특허 사용의 의미를 이처럼 이해하는 정당한 근거가 될 수 없다.
4. 특허권 속지주의는 특허권 효력 발생지 또는 침해지와 관련된 원칙일 뿐 특허기술의 사용지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원칙이 아니다. 즉 특허권 자체는 등록된 국가 내에서만 효력을 가지고 그 효력 범위 내에서 침해될 수 있을 뿐이지만, 그 특허기술은 특허등록 여부나 등록 국가와 무관하게 어디서든 사용될 수 있다. 특허권 속지주의는 그러한 특허기술의 국내 사용이 국내에서 국외 특허권자에 대한 특허침해행위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할 뿐, 그로부터 사용의 대상인 특허기술에 재산적 가치가 없어 그 사용대가를 지급하는 것을 상정할 수 없다는 논리가 도출되지는 않는다. 또한 계약자유의 원칙에 따라 국내 미등록 특허권의 특허기술을 국내에서 사용하고 국외 특허권자에게 그 사용대가를 지급하는 계약을 체결하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국외 특허권자로부터 직접 그 특허기술을 제공받아 사용하는 것이 관련 연구개발 비용의 절감, 국내외 시장에서의 사업상 기회 창출, 기술지원 등 측면에서 경제적으로 유리하거나, 그 특허기술의 국내 사용에 수반될 수도 있는 잠재적인 법적 위험을 미리 방지하기 위한 경우 등과 같이, 국내 사용자는 국외 특허권자를 상대방으로 하여 이러한 계약을 체결할 다양한 경제적․법률적 동기를 가진다. 위와 같은 계약은 특허권 속지주의와 양립할 수 있고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강행규정에 반하지도 않는다. 그러므로 특허권 속지주의에 기초하여 국내 미등록 특허권의 국내 사용이나 그 사용대가 지급을 관념할 수 없다는 관점은 타당하지 않고, 이러한 관점에 기초한 종전 판례도 더 이상 유지될 수 없다.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이 판결에는 대법관 노태악, 대법관 이흥구, 대법관 이숙연의 반대의견이 있는 외에는 관여 법관의 의견이 일치하였고, 다수의견에 대한 대법관 권영준, 대법관 노경필의 보충의견, 반대의견에 대한 대법관 노태악의 보충의견이 있다.
5. 대법관 노태악, 대법관 이흥구, 대법관 이숙연의 반대의견
1. 이 사건의 주된 쟁점은 한미조세협약 제14조 제4항 제a호 중 ‘특허의 사용’과 관련하여, 이른바 ‘국내 미등록 특허권’의 ‘사용’을 해당 기술을 제조․판매에 활용하는 ‘사실상 사용’으로 볼 것인지, 아니면 ‘특허권 등록국에서의 수입․판매 등 특허발명의 실시’로 볼 것인지이다. 대법원은 특허권 속지주의 원칙을 반영하여 1992년 이후 2022년에 이르기까지 후자의 입장을 취하여 왔다. 그런데도 다수의견은 전자의 입장에서 ‘국내 미등록 특허권’이라도 해당 기술을 국내에서 제조․판매에 활용하였다면 이는 구 법인세법 제93조 제8호 단서 후문에 따라 한미조세협약상 국내에서의 ‘특허의 사용’에 해당하고 그 사용료는 국내원천소득으로 보아야 하므로, 종전 판례는 변경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2. 위와 같은 다수의견에 찬성할 수 없다. 한미조세협약의 문언이나 문맥, 목적 등과 아울러 사용료 발생의 근거가 되는 라이선스 등 계약의 체결 경위 및 이로써 추단되는 거래당사자의 의사 등을 종합하여 보면, ‘국내 미등록 특허권 사용료’는 한미조세협약 제6조 제3항, 제14조 제4항 제a호에서 말하는 ‘특허의 국내 사용에 대한 대가’로서 국내원천소득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3. 본격적인 논의에 앞서 우선, 다수의견이 사용하는 표현의 부정확성을 먼저 지적하고자 한다. 법률가의 언어는 곧 법의 권위와 직결되므로 보편적인 법적 용례에 따라 정확하게 사용하는 것이 필수적임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특허권과 같이 법률에 의해 창설되는 권리 등에 관한 용어는 반드시 그 정확성이 담보된 상태에서 사용되어야 하는데, ‘미등록 특허권’이라는 용어는 그 자체로 법적․논리적 정합성을 결여한 표현임이 자명하다. 특허권은 특허법상 등록을 요건으로 성립하는 권리이므로, 등록되지 않은 상태에서 ‘특허권’이라 칭할 수 없고 이는 개념적으로 모순되기 때문이다. 다수의견은 첫머리 부분에서 ‘국외에 등록되었으나 국내에 등록되지 아니한 특허권’을 ‘국내 미등록 특허권’으로 정의하고, 그 이하 부분에서 ‘국내 미등록 특허권’이라는 용어를 지속적으로 사용함으로써 지식재산권법 체계에 맞지 않는 잘못된 인식과 혼동을 초래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해당 기술을 제조․판매에 활용한 것을 들어 ‘특허기술’의 사용이라고 칭하는 것 역시 특허와 무관한 것에 대하여 ‘특허’라는 용어를 덧씌우는 것으로서 이 또한 정확하지 않은 표현이다. 이에 반대의견에서는 다수의견이 사용한 ‘국내 미등록 특허권’ 대신에 ‘국내 미등록 발명’이라는 용어를, ‘특허기술’ 대신에 ‘발명’이라는 용어를 각 사용하기로 한다(다만, 다수의견을 인용하는 부분에서만 ‘국내 미등록 특허권’ 또는 ‘특허기술’이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다수의견의 부정확한 용어 사용이 한미조세협약을 해석함에 있어 착시 효과를 야기하였던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는 점을 언급하면서 대법원의 종전 판례가 유지되어야 함을 아래에서 순차적으로 논증하기로 한다.
1. 문언의 통상적인 의미
2. 특허권의 독점적․배타적 권리로서의 성격
(1) 특허권이 등록된 국가의 영역을 벗어나면 특허권자 등은 특허실시에 관하여 독점적인 권리를 행사할 수 없다. 이에 따라 위 영역 바깥에서 무단으로 그 발명이 이용되더라도 해당 특허권에 대한 침해로 평가되지 않고, 특허권자 등으로부터의 침해금지청구나 손해배상청구도 받지 않는다. 이는 등록된 국가 외에서는 특허권이 독점적․배타적 지위를 갖지 아니하고 그 보호대상인 발명도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이른바 ‘공공영역’(公共領域, public domain)에 놓이게 됨을 의미한다. 이와 같이 독점성․배타성이 흠결된 상태를 노하우(know-how)에 관하여 상정해보면, 노하우가 어떠한 계기로 널리 공개되어 더 이상 ‘노하우’가 아니게 되는 상황과 유사하다. 특허권자인 미국법인의 관점에서 특허의 등록이 이루어지는 절차를 보면, 특허권 속지주의로 인하여 미국에만 등록된 특허권의 대상인 발명은 우리나라에서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음을 더 명확하게 알 수 있다. 만일 미국법인이 미국에서 특허출원한 발명에 대하여 미국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특허법상 보호를 받고자 한다면, 그 최초의 출원을 우선권 주장의 기초로 삼아 「공업소유권의 보호를 위한 파리협약」(Paris Convention for the Protection of Industrial Property)에 따른 우선권을 주장하는 한편 위 협약이나 특허협력조약(Patent Cooperation Treaty) 및 우리나라 특허법에서 정한 관련 출원 절차를 준수하여 우리나라 특허청에서 특허심사를 받아 특허등록을 받아야 한다. 미국법인이 이러한 절차 등을 밟지 아니한 이상 출원 내용의 공개와 함께 해당 발명은 국외에서 공지(公知)된 상태에 이르게 되어 신규성이 부정되므로 특허등록이 불가능하게 된다.
(2) 요컨대, 공공영역에 있는 발명을 사실상 이용하는 데에 그칠 경우 이는 관련 창작물에 대한 독점적․배타적 지위로부터 비롯된 이익의 향유가 아니므로 특허권의 ’사용‘이라고 평가할 수 없다. 이 사건 특허권의 대상인 발명은 우리나라에서 소외 회사의 승낙이 없이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공개된 상태였다. 그러므로 설령 원고가 국내 제조 과정에서 이를 사실상 이용하였다고 하더라도 한미조세협약상 특허권의 ‘사용’이라고 볼 수 없다. 원고가 소외 회사와 이 사건 특허권에 대하여 이 사건 계약을 체결하여 지불한 사용료는, 후술하는 바와 같이 미국에 등록된 이 사건 특허권의 미국 내 실시에 관한 대가일 뿐이다. 이 사건 계약이 체결되었다고 해서 이 사건 특허권의 대상인 발명이 국내에서 독점성․배타성을 얻게 되는 것도 아니다.
3. 재무부 세제국 발간 「한-미조세조약해설」의 내용 다수의견은 한미조세협약의 조항 문언이나 조약 관련 합의, 교섭 기록 및 체결 시의 사정 등을 고려하여 한미조세협약의 문맥을 살펴보더라도, 종전 판례와 같이 특허권 속지주의를 근거로 ‘국내 미등록 특허권’의 국내 사용이나 그 사용대가 지급 자체를 관념할 수 없다고 볼 만한 근거를 찾을 수 없다고 한다. 그러나 앞서 본 바와 같이 한미조세협약에 쓰인 ‘특허의 사용’이라는 문언의 해석 및 특허권의 독점성․배타성 자체로부터 종전 판례 법리를 이끌어내는 것이 논리적으로 가능할 뿐 아니라 오히려 다수의견과 같이 보는 것은 한미조세협약의 문맥에 반한다고 평가된다. 다수의견은 구 법인세법 제93조 제8호 단서 후문의 적용을 배제할 ‘문맥’의 실체가 불명확하다고 하지만, 한미조세협약상 ‘특허의 사용’과 관련하여 문맥을 파악하는 데에는 당시 협약 체결의 주무부처였던 재무부(세제국)가 가진 인식을 참고할 수 있음을 제시하고자 한다. 재무부 세제국은 1979년 한미조세협약이 발효된 후 약 3년이 경과한 1982년 12월 무렵 「한-미조세조약해설」이라는 제목으로 한미조세협약에 관한 정부 차원의 공식 해설서를 발간하였다. 그런데 그 해설서 57면에는 사용료소득의 원천에 관하여, “한국법인의 수출제품은 이미 수출처인 서독에서 특허권으로 등록되어 있고 해당 특허권을 갖는 미국법인으로부터 그 실시권을 취득한 경우, 해당 실시권이 사용된 장소는 서독으로 되어 있으므로 해당 실시권의 대가에 대해서 우리나라에서의 과세관계는 없게 된다.”라는 내용의 사례가 소개되어 있다. 위와 같이 소개된 사례에 비추어 보면, 당시 재무부 세제국은 한미조세협약 제6조 제3항, 제14조 제4항 제a호의 ‘특허의 사용대가’를 특정 나라에 등록된 특허권에 대한 실시권의 대가인 것으로 분명히 인식하였고, 특허가 사용된 장소를 특허권이 등록된 국가(서독)로 파악하였으며, 특허권이 등록되지 않은 국가(우리나라)에서 특허권의 대상인 발명을 제조 과정에서 사실상 사용하는 것을 두고 한미조세협약상 ‘특허의 사용’으로 인식하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이는 전체적으로 종전 판례의 법리와 같은 취지로서, 특히 위 해설서가 우리나라에서 국내 미등록 발명 사용료의 국내원천 여부가 쟁점으로 처음 부각되기 한참 전에 분쟁당사자로서의 이해관계나 편견 없이 공식적으로 발간된 자료로 볼 수 있다는 점에서, 한미조세협약의 문맥을 파악하는 데 유의미한 자료로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1. 한미조세협약 제6조 제3항, 제14조 제4항 제a호에 의하면, 특허의 국내 사용에 대한 대가로 지급되는 사용료만이 국내원천소득이 될 수 있다. 이는 이 사건 사용료의 지급과 이 사건 특허권의 국내 사용이 서로 대가관계에 있어야만 국내원천소득이 될 수 있다는 취지이다. 따라서 다수의견과 같이 특허권의 등록 국가가 아닌 우리나라에서도 ‘특허기술’의 사실상 사용을 통한 ‘특허의 사용’이 설령 가능하다고 가정하더라도, 이 사건 계약의 체결 경위 등을 고려할 때 이 사건 사용료는 여전히 ‘특허기술’의 국내 사용에 대한 대가로 보기 어렵다. 이러한 점에서도 다수의견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2. 법률행위의 해석은 당사자가 표시행위에 부여한 의미를 명백하게 확정하는 것으로서, 당사자가 사용한 문언에 따라 해석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사용된 문언에만 얽매여서는 안 되고 양쪽 당사자의 진정한 의사가 무엇인지를 탐구하여야 한다. 당사자가 표시한 문언에 따라 의미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는 경우에는 문언의 형식과 내용, 법률행위가 이루어진 동기와 경위, 당사자가 법률행위로 달성하려는 목적과 진정한 의사, 거래의 관행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논리와 경험의 법칙, 사회 일반의 상식과 거래의 통념에 따라 합리적으로 해석해야 한다(대법원 2020. 10. 29. 선고 2020다243945, 243952 판결 등 참조). 이 사건을 포함해 국내 미등록 발명 사용료가 쟁점이 된 대부분의 사안에서 내국법인이 미국법인과 특허권 라이선스 등 계약을 체결한 이유는, 미국법인과 미국 내에서 진행 중이던 특허침해분쟁을 해결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 특허침해분쟁은 통상 내국법인이 제품을 미국으로 수출하거나 미국 내에서 자회사 등을 통해 판매하는 과정에서 발생하였다. 구체적으로 미국법인이 ‘내국법인 또는 그 미국 자회사가 관련 제품을 미국으로 수입․판매하는 과정에서 미국법인이 보유한 미국 특허권을 침해하였다’고 주장하면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에 그 제품의 수입금지를 요청하거나 미국 법원에 특허침해금지 및 손해배상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면, 내국법인은 그에 대하여 응소 등을 하거나 미국 특허상표청에 해당 미국 특허권에 대한 재심사를 청구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였다. 결국에는 내국법인이 미국법인에게 사용료를 지급하고 미국 특허권에 관한 라이선스를 허여받는 내용으로 화해 및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면서 분쟁이 종결되는 수순을 거쳤다. 이러한 계약의 체결 경위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사용료는 미국 특허법에 의해 부여된 이 사건 특허권의 독점적․배타적 효력으로 인하여 관련 제품의 미국 내 수입과 판매에 지장이 생기자, 원고가 소외 회사로부터 이 사건 특허권에 대한 미국 내 실시를 허여받기 위해 지급한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 이는 이 사건 특허권의 ‘미국 내 사용(실시)’에 대한 대가일 뿐 그 특허권의 대상인 발명의 국내 사용에 대한 대가라고 볼 수 없다. 다시 말해 이 사건 사용료는 원고가 이 사건 특허권의 보호대상인 발명을 국내에서의 제조․판매 등에 사용하기 위해 지급된 것이 아니다. 앞서 보았듯이 그 발명은 국내에서는 공공영역에 놓인 기술에 해당하였으므로 이를 이용하기 위해 특허권자인 소외 회사로부터 허락을 받을 필요조차 없었기 때문이다.
3. 이처럼 국내 미등록 발명 사용료의 국내원천소득 문제는 해당 사용료가 무엇의 대가인지를 탐구하는 법률행위 해석의 문제이기도 하다. 당사자들이 법률상 분쟁의 해결을 위해 주고받은 금전의 성격을 올바르게 파악하기 위해서는 해당 분쟁의 내용이 선결적으로 고찰되어야 한다. 이 사건의 경우 원고와 소외 회사 간 분쟁의 실체로부터 그들의 진정한 의사를 합리적으로 해석하면 이 사건 사용료가 ‘미국 특허권의 미국 내 실시에 대한 대가’라는 결론이 자연스럽게 도출된다. 이러한 점에서 대법원이 종전까지 국내 미등록 발명 사용료를 한미조세협약상 국내원천소득이 아니라고 보아 온 것은, 세법 분야에 그와 무관한 특허법 분야의 특허권 속지주의 개념을 함부로 끌어들인 결과라고 폄하할 것이 아니다. 오히려 해당 사안들에서 ‘특허권 속지주의’가 내국법인과 미국법인 간 특허침해분쟁과 그 해결을 위한 라이선스 등 계약 체결 과정에서 당연한 전제가 되었기에, 그에 맞추어 수수된 사용료의 성격을 정확하게 파악한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
4. 다수의견은 계약자유의 원칙에 따라 ‘국내 미등록 특허권’의 ‘특허기술’을 국내에서 사용하고 국외 특허권자에게 그 사용대가를 지급하는 계약을 체결하는 것이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한다. 물론 공공영역에 놓인 발명이라고 하더라도 그에 관하여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고 사용료를 지급하겠다는 사람이 있다면 해당 계약 자체를 무효라고 볼 이유는 특별히 없을 것이다. 그러나 위와 같은 계약은 합리적인 경제인의 관점에서는 쉽게 상정할 수 없는 비정상적인 내용이다. 이미 공개되어 누구든지 무료로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발명에 대하여 자발적으로 대가를 치를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이는 설령 어떠한 라이선스 계약에 외관상․형식상으로는 ‘공공영역에 놓인 발명의 사실상 사용’을 허여하는 듯한 내용의 문구가 일부 존재하더라도 마찬가지로서, 그 계약에서의 사용료의 실질은 해당 발명의 사실상 사용에 있다고 볼 수 없다. 다수의견은 내국법인이 관련 연구개발 비용을 절감하거나 국내외 시장에서의 사업상 기회를 창출하고, 기술지원을 받기 위한 경제적 동기로 충분히 그러한 계약을 체결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특허제도는 발명자에게 특허권이라는 독점적․배타적 권리를 부여하는 대신에 대상 발명을 공중이 이용할 수 있도록 그 내용을 공개하여 사회 전체의 기술 발전을 도모하는 데 궁극적인 목적이 있는 제도로서, 특허권의 대상인 발명은 해당 기술분야에서 통상의 지식을 가진 사람이 쉽게 실시할 수 있을 정도로 명확하고 상세하게 그 설명 내용이 공개된다(특허법 제42조 제3항). 게다가 이 사건과 같이 미국법인이 특허발명을 스스로 실시하지 않는 특허전문관리회사(NPE, Non Practicing Entity)라면 기술지원을 받을 것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그렇다면 내국법인은 원칙적으로 미국 등록 특허권의 대상인 발명의 공개된 내용만으로도 해당 발명을 얼마든지 실시할 수 있을 뿐더러, 이 사건과 같은 경우 내국법인이 연구개발 비용의 절감이나 기술지원 등의 목적으로 굳이 미국법인과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할 이유가 없다. 만일 공개된 내용만으로 그 발명을 실시할 수 없어 공개되지 않은 노하우 등을 추가로 이전받기 위해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고 사용료를 지급한 것이라면, 이는 오히려 발명 자체의 사용대가라기보다는 공개되지 않은 노하우 등의 이전 대가라고 보는 것이 거래당사자들의 의사를 비롯하여 그 실질에 부합하는 합리적인 해석일 것이다. 또한 다수의견은 ‘특허기술의 국내 사용에 수반될 수도 있는 잠재적인 법적 위험 방지’라는 법률적 동기를 언급하기도 하나, 해당 특허기술은 국내에서 공공영역에 놓인 것이어서 이를 국내에서 사용하는 데 수반될 법적 위험이라는 것은 애초에 상정할 수 없다. 다수의견이 말하는 법적 위험이란 결국에는 특허권이 등록된 국가에서의 특허침해 위험을 가리키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즉 다수의견이 상정한 상황에서의 사용료는, 본질적으로 특허권이 등록된 국가 내에서의 특허발명의 실시 대가 또는 그 발명을 구현할 노하우 등 별개의 비공개 정보를 이전하는 대가(앞서 본 대법원 2018두36592 판결 참조)이거나, 아니면 기술의 전수와 관련한 인적 용역의 대가 등에 해당할 따름이다. 요컨대, 다수의견은 ‘계약자유의 원칙’이라는 사법상의 기본원칙을 들어 마치 순수하게 국내에서의 ‘특허기술’의 사실상 사용만을 위한 라이선스 계약이 실제 존재할 수 있음을 전제로 논의를 이어가지만, 그러한 계약은 현실에서는 존재할 수 없다.
1. 한미조세협약의 목적에 반하는 결과 야기 조약을 해석할 때에는 조약의 목적도 아울러 고려하여야 한다. 한미조세협약은 그 조약명이나 본문의 내용에서 나타나듯이 우리나라와 미국 간 국제거래에서 발생하는 소득에 대한 과세권을 배분하여 이중과세를 회피하는 데 궁극적인 목적이 있고, 사용료소득과 관련해서는 ‘사용장소’를 기준으로 과세권을 배분하는 사용지주의를 채택하고 있다. 사용지주의는 본래 미국세법으로부터 비롯된 기준으로서 소득의 원천(源泉) 즉, 소득을 창출하는 경제활동의 근본이 이루어지는 장소를 특허권 등 무형자산이 사용된 장소로 보겠다는 생각이다. 그런데 만일 한미조세협약의 문언이나 문맥을 통하여 체약국인 우리나라와 미국이 공통적으로 인식한 조약상 용어의 의미를 충분히 도출할 수 있음에도, 조약에 그에 관한 정의가 없다는 형식적인 이유만으로 한미조세협약 제2조 제2항 전문을 근거로 각자 국내법에 따라 그 의미를 해석하려고 한다면, 이중과세의 회피라는 한미조세협약의 근본 목적은 그 달성이 요원해지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한미조세협약에 직접적으로 정의되어 있지 않은 용어라고 하더라도, 그 용어의 통상적인 의미나 문맥 등을 통하여 가급적 한미조세협약 내에서 그 의미를 파악하려고 노력하여야 한다. 이러한 점에서 한미조세협약의 문언이 갖는 의미나 문맥에 대해 깊이 고민하기보다는 국내법에 따른 해석을 취하는 손쉬운 길로 안주하기를 택한 다수의견은, 한미조세협약의 근본 목적을 간과하였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2. 국내법에 의한 조약배제(treaty override) 문제 앞서 살펴본 것처럼 한미조세협약상 ‘특허의 사용’이라는 문언과 그 문맥상 의미가 명확한데도, 다수의견은 구 법인세법 제93조 제8호 단서 후문에 따라 이를 ‘특허기술의 사실상 사용’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하여야 한다고 한다. 그러나 이러한 해석은 사실상 국내법에 의해 조약의 적용을 배제하는 이른바 ‘조약배제’의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국내법에 의한 조약배제가 허용되는지, 나아가 어떠한 조건에서 허용되는지에 관하여 세계 각국은 법제에 따라 각기 다른 견해를 취하고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아직까지 이 문제가 정면으로 논해진 바가 없다. 특별법 또는 신법 우선의 원칙 등 국내법 간 충돌의 문제와 동일한 기준으로 해결되어야 한다는 견해나, 조약준수 또는 신의성실 등 국제법상 기본원칙에 반하므로 조약배제를 인정할 수 없다는 견해 등이 여러 가지로 제시되어 있을 뿐이다. 다수의견은 당초부터 한미조세협약상 ‘특허의 사용’이라는 용어가 정의되지 않았고 문맥상 의미도 파악할 수 없다면서, 구 법인세법 제93조 제8호 단서 후문에 의한 해석이 조약배제의 문제가 아님을 강변할는지 모른다. 그러나 앞서 본 ‘특허의 사용’의 통상적 의미 등에 비추어 위 조항의 신설을 통한 과세권의 확보는 조약배제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가 있으므로, 종전 판례를 변경하기 이전에 조약배제의 허용 여부와 그 요건에 관하여 심도 있는 논의를 거쳤어야 한다. 다수의견은 사실상 국내법에 의하여 조약이 배제되는 결과를 용인하면서도, 그 허용 여부 등에 관하여 별다른 고찰이나 논거 제시 없이 마치 조약해석의 문제에 불과한 것처럼 답변을 회피하였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3. 조약의 유동적 해석(ambulatory interpretation)의 한계 한미조세협약 제2조 제2항 전문은 ‘이 협약에서 사용되나 이 협약에서 정의되지 아니한 기타의 용어는, 달리 문맥에 따르지 아니하는 한, 그 조세가 결정되는 체약국의 법에 따라 내포하는 의미를 가진다’고 정하고 있다. 다수의견은 바로 위 조항을 근거로 하여 한미조세협약에서의 ‘특허의 사용’이 갖는 의미를 2008년 신설된 구 법인세법 제93조 제8호 단서 후문(정확하게는 2010년 조문 이동 전까지 같은 조 ‘제9호’ 단서 후문이었다)으로부터 도출하고 있다. 이처럼 조약상 용어를 해석할 때에 조약 체결 시가 아닌 조약 적용 시의 국내법을 적용하는 것을 유동적 해석이라고 하는데, 이는 한미조세협약 제2조 제2항 전문이 규정하는 바와 같이 해당 용어의 문맥상 의미가 명확하지 않은 경우에만 보충적으로 허용된다. 양 체약국이 협약 체결 시 하였던 합의의 내용을 문맥을 통하여 엄연히 확인할 수 있는 경우에까지 나중에 신설․개정된 국내법을 가지고 관련 용어를 달리 해석하는 것은, 협약의 해석이라는 명분으로 협약을 사실상 형해화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OECD 모델조약 제3조의 주석 13문단(OECD, Model Tax Convention on Income and on Capital: Commentary on Article 3, paragraph 13) 역시 유동적 해석의 한계에 관하여, ‘조약에 정의되지 않은 용어를 후에 국내법에서 수정함으로써 조약을 부분적으로 무력화해서는 안 된다’고 설명하고 있다. 국제조세 분야에서 ‘일방 체약국이 과세권 분배 규칙을 변경하여 자신의 세수를 증가시키려는 목적만을 위하여 국내법을 개정하는 경우’는 유동적 해석이 허용되지 않는다고 보는 견해 역시 유력하다. 모델조약 주석의 내용이 규범적 가치를 가지는지 여부는 별론으로 하더라도, 다수의견이 취한 조약의 해석방법은 국제법상 허용되는 유동적 해석의 한계를 넘는다. 앞서 본 것처럼 문언의 통상적인 의미와 문맥 등에 비추어 보면, 한미조세협약에서 말하는 ‘특허의 사용’은 해당 특허권이 등록된 국가 내에서 그 특허발명을 실시하는 것을 의미함이 분명하다. 이러한 해석은 2008년 구 법인세법 제93조 제8호 단서 후문이 신설되기 훨씬 전인 1992년부터 판례(대법원 1992. 5. 12. 선고 91누6887 판결)로 확립되어 있었고, 2007년에도 재차 확인되었다(대법원 2007. 9. 7. 선고 2005두8641 판결). 이러한 상황에서 2008년 구 법인세법 제93조 제8호 단서 후문이 신설되었는데, 그 취지에 대하여 국세청이 발간한 「2009년 개정세법 해설」은 ‘대법원 판례(2005두8641)에 따라 국내에 등록되지 않은 특허권의 사용대가에 대하여 과세할 수 없는 문제점을 입법적으로 보완하였다’고 설명하고 있다. 위와 같은 경과를 전체적으로 바라보면, 우리나라에서 구 법인세법 제93조 제8호 단서 후문이 신설된 것은 ‘일방 체약국이 과세권 분배 규칙을 변경하여 자신의 세수를 증가시키려는 목적만을 위하여 국내법을 개정하는 경우’에 명백히 해당하지 않는다고는 단정할 수 없으므로, 위 조항을 토대로 유동적 해석을 취하는 것은 최대한 자제될 필요가 있다. 만일 다수의견의 논리대로라면 우리나라는 어느 국가와 체결한 조세조약이라도 국내법의 개정을 통해 그 조약에서 정한 과세권 분배 규칙을 사후에 우리나라에 유리한 방향으로 일방적으로 변경할 수 있다는 것인데, 이는 ‘당사자는 자신의 조약 불이행에 대한 정당화 근거로서 자신의 국내법 규정을 원용할 수 없다’고 정한 「조약법에 관한 비엔나 협약」(Vienna Convention on the Law of Treaties) 제27조에 부합하지 않는다.
4. 사용료소득 원천 안분의 현실적 어려움
1. 판례란 해당 사건의 사안에 적용될 법령에 대한 정의적 해석을 한 대법원의 판단으로 장래의 재판에 대한 지침이 되고, 법규범의 수범자인 국민들도 판례를 의사결정이나 행동의 지침으로 삼는다. 이러한 판례의 규범적 성격과 법적 안정성이라는 가치를 구현하려면 판례의 변경에는 신중을 기하여야 한다. 특정 쟁점과 관련하여 오랜 기간 동안 일정한 방향으로 판례가 확립된 경우에는 더욱 그러하다. 확립된 판례를 바꾸기 위해서는 그와 같은 종래의 견해가 시대와 상황의 변화에 따라 정의 관념에 크게 어긋나게 되었거나 해당 법령의 취지를 현저히 벗어나게 되는 등 이를 바꾸는 것이 그대로 유지하는 것에 비하여 훨씬 우월한 가치를 가지며 그로 인하여 법적 안정성이 희생되는 것이 정당화될 정도의 명백한 사정이 있어야 한다. 단순히 새로운 법적 견해가 다소 낫다거나 좀 더 합리적으로 보인다는 막연한 이유만으로 확립된 판례를 바꾸는 것은 법적 안정성을 심각하게 훼손하여 타당하지 않다.
2.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이 사건에서 종전 판례를 변경하는 데에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종전 판례의 법리는 한미조세협약에 쓰인 문언의 통상적인 의미 및 조세조약의 목적을 비롯하여 특허권의 성격 등을 통해 도출되는 문맥에도 부합하는 등 충분한 설득력을 갖추고 있다. 특히 이 법리는 1992년 처음으로 선언된 이래 현재까지 30여 년간 확고하게 유지되어 왔고, 심지어는 정부가 2008년 그 해석을 바꾸기 위해 구 법인세법 제93조 제8호 단서 후문을 신설한 후에도 그대로 유지되었다. 종전 판례가 이제 와서 시대와 상황 변화에 따라 정의 관념에 크게 어긋나게 되었다거나 한미조세협약 관련 조항 취지에 현저히 벗어난 것이라고 볼 객관적인 근거가 없다. 반면, 다수의견이 종전 판례에 의해 장기간 유지되어 온 법적 안정성을 희생시킬 정도로 훨씬 우월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대법원이 최근인 2022년까지도 종전 판례와 같은 결론을 냈음에도 새로운 견해가 압도적으로 우월함이 제대로 논증되지 않은 상황에서 섣불리 종전 판례를 변경하는 것이 과연 적절한 것인가.
6. 다수의견에 대한 대법관 권영준, 대법관 노경필의 보충의견
1. ‘특허의 사용’의 의미 특허권 속지주의 입론의 출발점은 ‘특허의 사용’을 ‘특허권의 특허법상 실시’로 한정하여 해석하는 데에서 출발한다. 반대의견은 이러한 해석이 문언의 통상적 의미로부터 도출된다고 한다. 그 논거의 타당성을 검토하는 과정에서는 다음 세 가지 사항을 고려해야 한다. 첫째, 하나의 용어는 다양한 의미를 지닐 수 있고 그 사용 맥락에 따라 특정 의미가 강조될 수 있다. 둘째, 용어의 의미는 짝을 이루거나 관련성을 가지는 다른 용어들과의 관계 속에서 파악해야 한다. 셋째, 용어의 의미는 그 용어가 문제되는 법 영역의 맥락에 비추어 해석해야 한다.
2. 특허권 속지주의와 이 사건의 관계 이상과 같이 ‘특허의 사용’을 ‘특허기술의 사실상 활용’이라는 관점에서 이해하고 나면, ‘특허의 사용’이 ‘특허권의 독점적 효력이 미치는 범위 내에서의 특허법상 실시’임을 전제로 하는 특허권 속지주의 입론은 받아들일 수 없다. 다만 반대의견은 문언적 의미 외에도 특허권의 독점적․배타적 속성에 기초한 특허권 속지주의 적용을 또 다른 논거로 강조하고 있으므로 그 타당성도 살펴본다. 이를 위해 우선 다수의견은 특허권의 독점적․배타적 속성이나 그 독점적 효력 범위의 지역적 제한에 관한 특허권 속지주의 자체에 반대하는 입장이 아님을 밝힌다. 다수의견이 반대하는 것은, 이러한 특허법 분야의 원칙을 이와 그리 잘 어울리지 않는 조세법적 문제에 기계적․형식적․분절적으로 적용하는 것이다. 이 사건에서는 소득에 대한 과세권의 소재가 문제된다. 한미조세협약이 취한 사용지주의는 ‘무형자산의 독점적 보호’가 일어나는 곳이 아니라 ‘무형자산의 재산적 가치를 소득으로 실현하는 경제적 활동’이 일어나는 곳을 기준으로 과세권의 소재를 판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리고 이러한 경제적 활동은 특허가 등록된 곳이 아니라 특허기술이 실제로 활용된 곳에서 일어난다. 해당 장소의 인프라, 자원, 노동력 등이 특허기술과 결합하여 제품 생산 등으로 이어짐으로써 부가가치가 창출되고 소득이 발생하였다면, 그 소득에 대한 과세권은 그 장소를 관할하는 국가가 행사하겠다는 것이 사용지주의의 취지이다. 이때 그 소득이 특허권의 효력이 미치는 범위 내에서의 특허법상 실시에 따른 것인지, 아니면 특허권의 효력이 미치는 범위 외에서 단지 채권적 효력을 가지는 계약상 라이선스에 기한 것인지는 전혀 구별할 이유가 없다. 어떤 소득이 발생한 원인관계가 적법․유효하지 않은 경우에도 경제적인 측면에서 그로 인한 소득을 지배․관리하여 담세력이 있는 것으로 평가되면 과세할 수 있다는 것이 판례의 확립된 태도이다(대법원 1985. 5. 28. 선고 83누123 판결 등 참조). 하물며 특허기술 활용이 적법․유효한 라이선스 계약에 따라 이루어지고 그 대가가 실제로 수수되는 경우에 과세권을 부정할 이유가 없다. 한미조세협약의 양 체약국은 모두 실질과세원칙을 채택하여 ‘경제적 실질’에 의한 과세를 중시한다. 특허의 사용지도 ‘경제적 실질’의 관점에서 판단함이 옳다. 그렇다면 특허등록이라는 법적 형식이 갖추어진 장소보다는 특허기술의 재산적 가치를 실제로 구현하는 경제적 활동(제조, 판매 등)이 이루어진 장소를 기준으로 사용지를 판정하는 것이 ‘경제적 실질’에 의한 과세에 더 부합한다. 그 외에도 특허권 속지주의 입론에는 다음과 같은 여러 가지 문제점이 있다. 특허 사용지와 특허 등록지를 일치시킴으로써 사용지주의를 사실상 ‘등록지주의’로 치환한다. 서로 다른 차원에 있는 특허권의 효력 문제와 특허의 사용 문제를 기계적으로 연계한다. 이는 특허가 사후적으로 무효로 확정되어 처음부터 특허권이 없었던 것으로 간주되더라도 특허발명 실시계약이 유효하게 존재하는 기간에 상응하여 받은 실시료는 부당이득으로 반환할 의무가 없다는 대법원 2014. 11. 13. 선고 2012다42666, 42673 판결의 취지와 잘 맞지 않는 면이 있다. 특허기술이 등록 국가에서는 산업상 이용가능성, 신규성, 진보성을 갖춘 기술로서 그 자체로 재산적 가치가 있는데도, 등록 국가 바깥에서는 특허를 받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기술 자체의 재산적 가치를 부정한다. 등록 시기와 장소의 우연성도 충분히 고려하지 않는다. 예컨대 특허출원 중 특허기술에 대한 라이선스를 부여받아 활용하다가 도중에 특허등록이 이루어진 경우, 경제적 실질과 무관하게 등록 순간 사용지가 변경된다고 보게 된다. 한미 양국 간 라이선스 거래에서도 특허등록지가 제3국이면 사용지는 우리나라도 미국도 아니게 된다. 복수 국가에 특허등록된 경우에는 결국 실제 사용지 기준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는 점도 애써 외면한다. 무엇보다도 반대의견의 근본적 문제점은 특허권 속지주의로부터 ‘등록지 외 사용은 상정할 수 없다’는 명제를 도출하는 과정에서 노정되는 논리적 비약이다. 특허권 속지주의는 특허권의 효력에 지역적 한계가 있다는 것을 의미할 뿐 그 효력이 미치지 않는 지역에서의 특허기술 사용 자체를 상정할 수 없게 하는 근거가 될 수 없다. 특허기술의 사용을 촉진하는 것은 특허법의 중요한 목적이고(특허법 제1조 참조), 특허권은 이러한 목적 달성을 위한 인센티브로 부여된다. 특허권에 기하여 특허권자는 제한된 기간과 지역 내에서만 실시권을 독점할 수 있다. 하지만 특허권의 효력이 미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도 특허기술의 사용 자체는 가능하고, 이는 오히려 촉진될 필요도 있다. 이러한 사용에 대가를 지급할 것인지는 거래당사자가 정할 문제이지 특허법이 관여할 문제가 아니다. 그런데도 반대의견은 특허권의 효력이나 침해와 관련된 특허권 속지주의에 얽매여 이를 ‘특허의 사용’에까지 확장한 나머지, 특허권의 효력이 미치지 않는 곳에서의 특허 사용은 애초에 상정할 수 없다고 한다. 이러한 견해는 특허권 속지주의를 이와 전혀 무관한 ‘특허의 사용’ 문제와 결부시키고자 하는 것으로서 받아들이기 어렵다.
1. 특허기술의 국내 사실상 사용을 위한 라이선스 계약이 현실에서 존재할 가능성 시장(market)에서는 거래당사자가 법관보다 현명하다. 그들이 계약을 체결할 때에는 대체로 그와 같이 이르게 된 합당한 이유가 있다. 법관은 거래당사자들이 스스로 필요하다고 여겨 체결한 계약을 두고 비정상적인 내용이라거나 현실에 존재할 수 없다고 섣불리 단정해서는 안 된다. 계약 대상이 무엇인지, 그 대상의 사용지를 어디로 상정할 것인지, 그 계약 대상에 대가를 지급할 만한 재산적 가치가 있는지 등은 계약 당사자가 스스로 판단하여 결정할 문제이다. 이는 계약자유 원칙의 영역이고, 특허권의 독점적․배타적 속성이나 특허권 속지주의 등의 강행적 지배를 받는 영역이 아니다. 국내 미등록 특허권에 대한 라이선스 계약도 마찬가지다. 특허기술의 국내 사실상 사용을 위한 계약은 실제로 빈번하게 체결되고 있고, 거기에는 그럴 만한 나름의 이유가 있다.
2. 특허기술의 국내 사용을 위한 대가일 가능성 반대의견은 설령 특허기술의 국내 사실상 사용만을 위한 라이선스 계약이 체결되더라도 그 사용료의 실질은 특허기술의 사용대가일 수 없다고 한다. 미국 내 특허침해분쟁을 계기로 체결된 이 사건 계약의 사용료도 ‘미국 내 사용(실시)’에 대한 대가일 뿐 그 특허권의 대상인 특허기술의 국내 사용에 대한 대가라고는 볼 수 없다고 한다. 그리고 이것이 계약 당사자의 진정한 의사를 합리적으로 해석한 결과라고 한다. 하지만 그 견해에는 동의할 수 없다. 미국 내 특허침해분쟁은 단지 이 사건 계약 체결의 배경일 뿐이다. 더욱이 이 사건 특허권 40개 중 특허침해분쟁이 있었던 것은 단 하나에 불과하다. 따라서 이 사건 계약이 특허침해분쟁을 계기로 체결되었다는 사정만으로 이 사건 특허권 전체에 관한 대가가 오로지 미국 내 사용에 대한 대가라고 말하는 것은 지나치다. 무엇보다도 이는 이 사건 사용료소득의 발생 근거인 이 사건 계약의 명시적인 문언에 반한다. 대법원은, 처분문서는 그 성립의 진정함이 인정되는 이상 법원은 그 기재 내용을 부인할 만한 분명하고도 수긍할 수 있는 반증이 없는 한 그 처분문서에 기재되어 있는 문언대로의 의사표시의 존재 및 내용을 인정하여야 한다고 함으로써 처분문서에 의한 계약에서 문언이 가지는 중요성을 강조하여 왔다(대법원 1995. 2. 10. 선고 94다16601 판결 등 참조). 이는 비교법적으로도 널리 받아들여지는 보편적 태도이다. 거래에 대한 숙련도와 전문성을 갖춘 당사자 간의 계약에서는 문언의 중요성이 더욱 커진다. 이들은 상당한 정도의 정보력, 판단력, 협상력을 갖춘 상태에서 자신들의 의도를 문언에 정확하게 담아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 사건 계약서는 자세하고 체계적인 내용으로 작성되었다. 이 사건 계약 당사자는 우리나라의 대기업과 미국의 특허관리회사였다. 계약 체결 과정에서 특허나 조세 등 관련 법 영역 전문가의 도움을 받았을 가능성도 크다. 그 성과물로 탄생한 이 사건 계약은 라이선스의 지역적 범위를 ‘전 세계’로 명시하였다. 라이선스로 허용되는 행위 유형도 ‘제조, 사용, 판매, 판매 제안, 수입, 수출 또는 그 밖의 처분’이라고 광범위하게 정하였다. 이에 대한 대가로 미화 160만 달러가 일시불로 지급되었다. 반대의견은 이러한 처분문서의 기재와 달리 오로지 ‘미국’이라는 특정한 지역에서의 ‘판매’에 대한 대가로만 위 사용료를 책정하여 지급하였다는 것이 거래당사자의 진정한 의사였다고 한다. 하지만 이러한 견해야말로 문언으로 명확하게 표현된 거래당사자의 의사를 제쳐둔 채 법원이 임의로 계약 내용을 재구성하는 것과 다름없다. 반대의견은 다수의견의 견해와 같이 설령 ‘특허기술의 국내 사실상 사용’만을 내용으로 하는 라이선스 계약이 외형상 존재하더라도, 그 계약은 실질적으로는 특허의 사용에 관한 계약이 아니고 그와 별개인 노하우 이전 등에 관한 내용의 계약으로 볼 수 있을 따름이라고 부연한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특허와 노하우 등이 불가분적인 포괄적 패키지 형태로 라이선스 대상이 되는 경우가 흔하다. 특허권 속지주의 입론에 의하면 이러한 일체의 라이선스 대상을 ‘특허’와 ‘노하우’로 구별한 뒤 전자는 미국, 후자는 우리나라를 사용지로 보아 과세권을 다르게 배분하여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게 될 것이다. 하지만 이는 당사자의 의사나 계약의 실제 모습에 비추어 지나치게 도식적이다.
1. ‘한미조세협약의 목적에 반하는 결과 야기’에 관하여 반대의견은, 다수의견에 따를 경우 이중과세의 회피라는 한미조세협약의 목적에 반한다고 한다. 조약의 목적이 조약 해석에 고려될 수 있음은 물론이다. 그런데 조약의 목적은, 조약 자체의 추상적이고 일반적인 목적과 개별 조약 조항의 구체적이고 개별적인 목적 등 다양한 층위로 구성된다. 이때 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할 것은 직접적으로 해석 대상이 되는 개별 조항의 목적이다(대법원 2024. 12. 19. 선고 2019다255416 전원합의체 판결 중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 참조). 이 사건에서는 소득 원천지 판정과 관련하여 ‘특허의 사용’ 또는 ‘특허의 사용지’의 의미가 쟁점이 되고 있다. 여기서 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할 것은 사용지주의를 채택한 한미조세협약 제6조 제3항의 목적이다. 사용지주의는 ‘소득의 원인이 된 경제적 활동이 있는 곳에서 과세한다’는 목적을 반영하는 입장이다. 다수의견은 이러한 목적에 충실한 해석을 하였을 따름이다. 이중과세의 회피라는 한미조세협약의 일반적 목적도 이러한 해석에 장애가 될 수 없다. 조세조약은 조세 법제와 정책이 국가마다 달라 이중과세가 충분히 발생할 수 있다는 전제에서 체결된다. 이러한 이유로 한미조세협약은 이중과세와 관련하여 외국납부세액 공제(제5조 제2항), 양 체약국의 권한 있는 당국에 의한 공통의 원천 확정(제6조 제9항), 상호합의절차(제27조) 등을 규정하고 있다. 양 체약국의 법원은 각국의 법률이나 한미조세협약에 관하여 최선의 해석에 이르기 위해 노력함이 마땅하겠으나, 설령 그 해석 결과가 상이하여 이중과세가 현실화되더라도 위와 같은 제도 및 절차 등에 따라 해결하면 충분하다. 양 체약국의 법원이 생각하는 객관적이고 정당한 해석을 뒤로 한 채 이중과세의 여지를 무조건 없애는 방향의 해석을 취하는 것이 한미조세협약의 목적 또는 이를 적용할 때의 우선순위가 될 수는 없다.
2. ‘사용료소득 원천 안분의 현실적 어려움’에 관하여 이 사건의 쟁점은 특허권 속지주의 입론에 기초한 종전 판례의 타당성이다. 판례를 변경할 경우 어떤 기준에 따라 사용료소득을 국내원천소득과 국외원천소득으로 안분할지는 이 판결에서 직접 다루는 쟁점이 아니다. 또 그러한 안분 기준의 내용에 따라 판례 변경의 타당성에 관한 이 사건의 결론이 달라지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반대의견이 안분의 현실적 어려움을 지적하고 있으므로 이에 대해 의견을 밝힌다. 안분 문제는 이 사건뿐만 아니라 조세법 분야 일반(부가가치세법 제29조 제9항, 제40조, 대법원 2002. 11. 13. 선고 2001두8728 판결, 대법원 2006. 6. 9. 선고 2004두8194 판결 등 참조), 나아가 다른 법 분야에서도 발생할 수 있다. 종전 판례에 따르더라도 안분의 어려움이 없는 것이 아니다. 수많은 국내 미등록 특허권과 국내 등록 특허권이 하나의 패키지로 묶여 라이선스가 부여되는 경우가 많다. 이 경우 종전 판례에 따르더라도 국내 미등록 특허권과 국내 등록 특허권을 일일이 구분한 뒤, 전체 사용료소득에서 전자와 후자가 차지하는 비중을 개별적으로 분간하여야 한다. 여기에다가 노하우 등 다른 정보가 라이선스 대상에 포함되면 안분 작업은 더욱 복잡해진다. 이러한 안분 문제는 ‘각자에게 각자의 몫을’이라는 이념이 다양한 금전 관련 사건에 투영되어 나타나는 현상으로, 법원이 실무에서 빈번하게 직면하는 일상적 어려움일 따름이다. 법원은 이 문제에 대해 가장 합리적인 기준을 찾기 위해 노력해 왔고, 앞으로도 그래야 할 것이다. 판례 변경 후 새로운 기준에 따라 국내원천소득과 국외원천소득을 구분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것이다. 이때 만일 계약 내용에 따라 전체 사용료 중 국내 및 국외 제조․판매분이 각각 바로 도출될 수 있다면 안분의 어려움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다. 그렇지 않은 경우에도 사실심 법원이 합리적인 기준을 모색하면서 자유심증에 따라 판단하면 이로써 충분하다. 이 문제에 관한 기준을 찾거나 적용하는 데 한계가 있다면 궁극적으로 증명책임의 문제로 귀결될 것이다. 국내원천소득 여부에 관한 증명책임 배분 기준은 장차 실무에서 순차적으로 정립해 나가야 할 문제로서 이 사건에서 정면으로 다룰 쟁점은 아니다. 다만 현 시점에서 국제법상 상호주의 원칙이나 미국의 합리적 수용 가능성 등에 비추어, 상대방 체약국인 미국의 입장을 살펴보는 것도 유용한 출발점이 될 수 있음을 언급하고자 한다. 미국 판례나 국세청(IRS)의 행정해석은, 사용료소득에 국외원천소득과 국내원천소득이 혼재하는 경우 납세자가 국외원천소득에 해당하는 부분을 증명할 책임을 부담하고, 이를 증명하지 못하면 사용료소득 전액이 국내원천소득, 즉 미국원천소득으로 본다는 입장을 취하고, 이는 미국 학자들에 의해서도 대체로 지지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를 참고하여 증명책임 분배의 모습을 예시해 본다. 우선 처분의 적법성에 관한 증명책임을 지는 과세관청은 과세요건, 특히 국내원천소득 여부와 관련하여 ‘소득의 국내 관련성’을 증명해야 한다. 이는 구 법인세법 제93조 제8호 단서 후문이 정하듯이 국내 미등록 특허권에 포함된 특허기술이 국내 제조․판매 등에 사실상 사용되는 사정을 말한다. 이러한 사정이 증명되고 나면 그 특허에 관한 사용료소득은 일단 그 전액이 국내원천소득으로 사실상 추정된다. 이를 번복시키려면 납세자는 해당 사용료소득 중 일부가 국외 사용분에 상응하는 것이어서 국외원천소득이라는 점을 증명해야 한다. 이는 대법원이 그동안 원칙적으로는 과세관청에 처분의 적법성에 관한 증명책임이 있다고 보면서도 일정한 경우에는 증명의 정도를 완화하거나 증명의 필요성을 전환하는 등으로 합리적인 해결을 모색해 온 점이나, ‘소득의 국내 관련성’을 증명할 자료나 정보는 과세관청이 아니라 납세자에 편재하여 있다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것이다. 이상과 같이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을 밝힌다.
7. 반대의견에 대한 대법관 노태악의 보충의견 이 사건의 쟁점은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을 부과하여야 한다는 명제를 다루고자 하는 데 있지 않다. 이중과세를 방지하기 위하여 두 나라 사이에 체결된 조세조약의 문언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지가 문제될 뿐이다. 대법원은 한미조세협약의 효력이 발생된 이래 종전 판례와 같이 일관되게 해석하여 왔는데, 다수의견은 별다른 논거나 사정변경 없이 이제 보니 그동안 취해 온 해석이 잘못되었다는 것이다. 물론 잘못된 해석이라면 한시라도 빨리 변경하는 것이 옳다. 그런데 과연 이 사건이 그러한가. 아래에서는 반대의견을 보충하고, 다수의견 및 다수 보충의견이 종전 판례가 잘못되었다며 들고 있는 논거를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음을 제시하면서 필요한 부분은 일부 중복되더라도 다시 한번 강조하고자 한다. 그 요지는 다음과 같다. 법률의 해석은 보편적이고 정확한 법적 용어의 사용례에 따라야 하는데 다수의견은 일상의 용어와 법률적 용어를 별다른 고민 없이 확장 또는 혼용해서 사용하고 있다. 특히 특허법상 개념이 조세법적인 문제에 그리 잘 어울리지 않는다고 하여 편의에 따라 달리 해석할 수 있다는 다수 보충의견은 상당히 우려스럽다. 또한 특허권 속지주의 개념을 임의적으로 이해한 나머지 이를 마치 과거의 잘못된 유산으로 이제는 벗어나야 할 도그마로 전제하고 있는 점도 잘못이다. 다수의견이 새로운 해석의 근거로 들고 있는 구 법인세법 조항은 ‘특허의 사용’을 통상의 법적 용어와 다른 뜻으로 사용하기 위하여 예외적으로 정의하고 있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 다수의견이 보고 있는 것처럼 부당한 세수유출 등의 염려가 있다면 조약의 개정을 통하여 해결하여야 한다. 시간이 더 걸리고 힘들 수 있겠지만 그것이 옳은 길이고, 불확실성의 시대에도 법의 지배(rule of law) 원칙을 지켜나가는 정도(正道)이다.
1. 한미조세협약도 일반적인 조약의 하나이므로 조약해석에 관한 표준규범인 「조약법에 관한 비엔나협약」 제31조가 적용된다. 「조약법에 관한 비엔나협약」 제31조 제1항은 “조약은 조약문의 문맥에서 그리고 조약의 대상 및 목적에 비추어, 그 조약의 문언에 부여되는 통상적 의미에 따라 신의에 좇아 성실하게 해석되어야 한다.”라고 정하면서 ‘문언에 부여되는 통상적인 의미’를 가장 중요한 해석의 근거로 제시하고 있다. 이처럼 조약 역시 그 문언의 통상적인 의미에 충실하게 해석하여야 함은 국내법을 해석할 때와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 한미조세협약의 ‘특허의 사용’이라는 용어도 그 문언의 통상적인 의미에 따라 충실하게 해석하여야 한다. 이와 달리 ‘우리나라와 미국 중 어느 쪽이 과세권을 가져야 하는가?’라는 물음을 먼저 던져놓고 마음 속에 미리 품은 답에 맞추어 역으로 위 용어의 의미를 풀어나가는 것은 법규에 대한 정당한 해석방법이라고 볼 수 없다. 법규에 관한 해석․적용을 중핵으로 사법권을 행사하는 법원은, 우리나라 정부(과세관청)가 소송당사자가 된 입장에서 국내 미등록 특허권 사용료 사안과 관련된 종전 판례에 대해 어떠한 견해를 표명해 왔는지, 나아가 종전 판례를 뒤집기 위해 어떠한 조처와 수단을 강구하여 왔는지 등과 무관하게, 주어진 한미조세협약의 문언 그대로 충실하게 해석하여야 한다.
2. 한미조세협약은 ‘특허의 사용’이라는 용어에 관하여 별도로 정의를 하고 있지 않다. 이는 오히려 해당 용어가 별도로 정의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명확한 의미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특허의 사용’이라는 문언으로부터 특허권이라는 법적 권리의 활용 즉, 특허권이 효력을 미치는 영역 내에서 해당 특허권의 대상인 특허발명을 실시한다는 의미를 도출하는 것이 가장 자연스럽다. 다수의견은 ‘특허’가 다의적 개념임을 강조하면서 ‘그에게 내 특허를 쓰게 했다’, ‘특허를 기반으로 제품을 생산했다’와 같이 일상생활에서 구어체로 쓰이는 표현을 근거로 ‘특허’가 ‘특허기술’을 가리키는 용어로도 사용됨을 제시한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 논할 것은 우리나라와 미국이 체결한 조세조약에서 공식적으로 쓰고 있는 ‘특허’라는 용어의 일의적이면서 정확한 해석이다. 위 ‘특허’라는 용어는 정제된 법률용어이므로 그에 걸맞게 엄격하게 해석하여야 한다. 일상생활에서 그때그때 편의에 따라 가볍게 사용되는 예를 기반으로 할 것이 아니다. 이는 마치 채권적 계약에 불과한 임대차계약에 대해 ‘전세계약’이라는 표현이 일상생활에서 쓰인다고 하여 그 임차인에게 민법 제303조 이하의 전세권자로서의 물권적 지위를 인정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민법상 ‘청약의 철회’나 ‘계약의 해제’에 해당하는 의사표시에 대하여 일반인이 ‘계약을 취소한다’는 표현을 쓰더라도, 민법상 취소의 의미로 받아들일 수 없음도 또 다른 예일 것이다. 이처럼 다수의견이 ‘특허’라는 말에 대해 제시하는 용례가 일상적․관용적 표현일 뿐 법적으로는 명백히 부정확한 이상 이를 해석의 근거로 삼아서는 아니 된다. ‘특허’라는 용어는 특허 관련 법령으로부터 비롯된 것이다. 일상에서 먼저 통용되다가 특허 관련 법령으로 들어온 것이 아니다. 따라서 이 용어를 해석할 때에는 법령상의 의미에 따르는 것이 당연히 우선되어야 하는데, 우리나라 특허법이나 미국 특허법 모두 ‘특허’(권)와 그 보호대상인 ‘발명’을 구분하고 있음은 반대의견이 제시한 바와 같다. 즉 ‘발명’을 ‘특허’라고 칭하는 것은 일상적으로는 널리 통용되는 표현일지언정 한미조세협약의 ‘특허’를 해석할 때에는 준거할 만한 기준이 전혀 될 수 없다. 다수의견은 마치 한미조세협약 제6조 제1항의 ‘배당’이라는 용어를 법률용어가 아닌 ‘어떤 것을 나누어 받는 것’이라는 일상적인 의미로 파악한 다음, ‘나누어 받는’ 성격이 있는 임금․급여 등 근로의 대가로 받는 소득에 대해서도 위 조항을 적용하자는 것과 마찬가지로 보인다. 조세법 분야에는 과세요건이나 비과세요건 또는 조세감면요건을 막론하고 조세법규의 해석을 문언에 따라 엄격하게 하여야 한다는 원칙이 확립되어 있다(대법원 2025. 3. 27. 선고 2024두62738 판결 등 참조). 이는 양 체약국의 과세권을 조정․제한하는 조세조약의 해석에 있어서도 크게 다르지 않다. ‘특허의 사용’이라는 문언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특허’라는 문언에다가 그 하위 개념 내지 대상에 불과한 ‘발명’ 또는 ‘기술’이라는 의미를 포장하여 이를 ‘발명의 사용’ 또는 ‘기술의 사용’으로 보는 것은 문언에 따른 올바른 해석으로 볼 수 없다. ‘특허의 사용’이라는 표현이 조세법적인 문제에서 그리 잘 어울리지 않는다고 하여 편의에 따라 달리 해석할 수 있다는 다수 보충의견의 시각은 상당히 우려스럽기까지 하다.
3. 만일 한미조세협약 체결 당시 ‘특허의 사용’이라는 문언에 다수의견과 같이 외국에서만 특허를 받아 국내에서는 특허로 보호되지 않는 ‘기술의 사용’까지 널리 포섭하려는 의도가 있었다면, 제14조 제4항 제a호가 정한 사용료 지급대상에 ‘특허’가 별도로 포함될 까닭이 없었을 것이다. 특허권에 의한 보호를 전제로 하지 않거나 이와 무관한 ‘기술’이라는 개념은, 위 조문 중에 ‘특허’라는 용어가 굳이 없더라도 그 뒤에 이어지는 ‘지식, 경험, 기능(기술)’에 얼마든지 포섭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한미조세협약에서 ‘특허’라는 용어가 별도로 사용되고 있는 것은 ‘특허의 사용’이라는 의미를 파악할 때 마땅히 ‘특허’라는 법적 권리의 관점에서 접근하여야 함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4.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한미조세협약상 ‘특허의 사용’이라는 용어의 통상적 의미는 다수의견이 스스로 해석의 근거로 삼고 있는 구 법인세법 제93조 제8호 에서도 명확하게 드러난다. 구 법인세법 제93조 제8호 는 본문 및 그 (가)목에서 ‘특허권을 국내에서 사용하거나 그 대가를 국내에서 지급하는 경우 그 대가’를 외국법인의 국내원천소득 중 하나로 정하면서(외국법인의 국내원천소득으로 ‘특허권의 사용대가’를 열거한 법인세법 규정은 한미조세협약 체결 전인 1967. 11. 29. 법인세법 전부 개정 시 신설되어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다), 그 단서에서는 ‘소득에 관한 이중과세 방지협약에서 사용지를 기준으로 하여 그 소득의 국내원천소득 해당 여부를 규정하고 있는 경우, 특허권 등 권리의 행사에 등록이 필요한 권리는 해당 특허권 등이 국외에서 등록되었고 국내에서 제조․판매 등에 사용된 경우에는 국내 등록 여부에 관계없이 국내에서 사용된 것으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와 같이 규정된 바로부터 한미조세협약에서 말하고자 하는 ‘특허’가 ‘그 행사에 등록이 필요한 특허권’을 의미하고 또한 ‘특허의 사용’은 특허권이라는 법적 권리의 활용을 가리킬 뿐임을 명확하게 알 수 있다. 즉 해당 규정은, 본래 특허권은 행사에 등록이 필요한 권리이기 때문에 등록되지 않은 국내에서는 이를 행사하는 것 자체를 상정할 수 없지만(여기까지는 종전 판례 법리와 같다), 특별히 그 특허권이 국내에서 제조․판매 등에 사용된 경우에는 국내에서 사용된 것으로 보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다시 말해 기술의 사실상 사용이 원래는 ‘사용’이라는 요건에 부합하지 않지만 이를 특별히 ‘사용’과 마찬가지로 취급하겠다는 내용의 규정이다. 한미조세협약이 구 법인세법과 달리 ‘특허’라는 문언을 쓴다고 하여 그것의 의미가 ‘특허권’과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단지 ‘권’이라는 글자가 빠진다고 하여 해당 용어가 권리로서의 특허권이 아니라 그 보호대상인 특허기술을 가리키는 것으로 본질적으로 변화한다고 볼 수 없다.
5. 다수 보충의견은 특허법에는 ‘특허권의 사용’이라는 개념이 고유하게 존재하지 않고 사용의 객체를 특허권이라는 권리가 아닌 ‘발명’으로 정하고 있음을 들어, 반대의견과 같이 사용의 대상을 ‘특허권’으로 인식하는 것이 오히려 부자연스럽다고 비판한다. 그러나 이는 타당하지 않다. 특허법이 명시적으로 ‘특허권의 사용’이라는 용어를 쓰지 않고 있지만, 전용실시권 또는 통상실시권(특허법 제100조 및 제102조)과 같은 ‘실시권’이라는 개념을 통해 특허권이 사용의 대상이 될 수 있음을 당연히 전제하고 있다. 다시 강조하지만, ‘특허권의 사용’이라는 개념은 구 법인세법 제93조 제8호 본문 및 그 (가)목에 너무나 명확하게 나타나 있다. 나아가 라이선스 계약의 체결 및 이행 과정을 전체의 맥락에서 살펴보면, 사용자(라이선시)는 라이선스 계약에 따라 특허권자(라이선서)로부터 해당 특허권에 대한 실시권을 얻는 국면에서 사용료를 지급하고, 사용자는 특허권의 대상인 특허발명을 특허권이 등록되어 효력을 가지는 영역 내에서 실시하게 된다. 반대의견은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통틀어 ‘사용자가 특허권자로부터 특허권의 사용을 허락받고 그 대가로 사용료를 지급하는 것’으로 파악하는 것인데, 이 과정의 종국에 이르러서는 사용자가 해당 특허권을 사용하는 구체적 태양으로서 ‘특허발명의 실시’가 이루어진다. 이와 같이 반대의견도 사용자에 의한 특허권 사용이 결국에는 ‘특허발명의 실시’라는 형태로 구현된다고 보고 있고, 이는 특허권의 효력이 특허발명의 실시에 미친다는 특허법의 입장과 일맥상통한다. 반대의견이 특허법이나 그 밖의 지식재산권법의 태도에 배치된다고 보는 입장은 이해할 수 없다. 오히려 다수 보충의견이 특허권의 보호 범위로서 특허법이 정한 ‘특허발명의 실시’라는 개념과 구 법인세법 및 한미조세협약이 정한 ‘특허권의 사용’이라는 개념을 혼동한 것으로 보인다.
1. ‘특허’가 단순히 경제적 가치가 있는 비공개 정보와는 별개의 법적인 권리를 의미함은 반대의견이 언급한 관세법령(관세법 제30조 제1항 제4호, 같은 법 시행령 제19조 제1항, 제2항)에도 잘 드러나 있다. 다른 세법에서도 그러한 취지를 발견할 수 있는데, 가령 부가가치세법은 특허를 ‘특허권’이라고 표현하며 저작권 등과 함께 재화로 분류되는 ‘권리’로 구분하는 반면, 산업상․상업상 또는 과학상의 지식․경험 또는 숙련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용역의 공급’으로 구분하고 있다(부가가치세법 제2조 제1호, 제2호, 같은 법 시행령 제2조 제2항, 제25조 제3호). 소득세법도 제21조 제1항 제7호에서 기타소득의 하나로 “‘광업권, 어업권, 양식업권, 산업재산권, 상표권 등 권리’와 권리가 아닌 ‘산업정보, 산업상 비밀 등 자산’을 각 양도하거나 대여하고 그 대가로 받는 금품”을 열거하고 있는데, 특허권은 전자의 산업재산권에 포함되는 ‘권리’이다(발명진흥법 제2조 제4호 참조). 이처럼 특허권은 법체계상 단순한 정보, 기술 등과 구별될 뿐만 아니라, 법령에 의해 비로소 발생하고 존재하는 권리로서 법령이 정한 범위 바깥에서는 존재할 수도, 이를 사용할 수도 없다.
2. 다수 보충의견은 기술 자체를 활용하여 ‘소득을 창출하는 경제적 활동’에 해당하는 이상, 특허권의 효력이 미치는 영역 밖에서 이루어지는 발명의 사용을 ‘특허의 사용’으로 보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한다. 그러나 다수 보충의견이야말로 ‘특허의 사용’에 대한 대가를 명시적으로 특정하여 사용료소득으로 규정하고 그 사용장소에 따라 원천을 판정하도록 하는 한미조세협약의 문언과 체계에 반한다. 이 사건의 핵심은 한미조세협약 제6조 제3항, 제14조 제4항 제a호의 ‘특허의 사용’이라는 용어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나아가 미국 등록 특허권의 보호대상인 발명을 그 특허권의 효력이 미치지 않는 국내에서 사실상 사용하는 것이 ‘특허의 사용’에 포섭될 수 있는지 여부이다. 다수 보충의견은 ‘특허의 사용’이라는 용어의 통상적인 의미가 무엇인지를 파악하여야 한다는 문제의 본질을, 위 용어의 의미 해석과는 직접적으로 관련이 없는 경제적 실질의 측면에서 소득이 발생하였는지 여부에 관한 논의로 임의로 전환시켜 논점을 흐리고 있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이 사건에서는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을 부과하여야 한다는 명제가 다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1. 거래당사자의 법률행위 해석의 측면에서 보더라도, 이 사건 사용료는 미국에 등록된 이 사건 특허권의 미국 내 실시에 대한 대가임을 당연한 전제로 한다는 점은 이미 반대의견에서 상세히 밝힌 바와 같다. 여기서는 이른바 ‘국내 미등록 특허권’ 사용료 사안의 사실관계를 단순하게 재구성한 가상의 사례를 통해 좀 더 명확하게 살피고자 한다(해당 사례는 사안의 쟁점을 부각시키기 위해 단순화한 것일 뿐 실제 미국 관세법 등에 따른 세부 절차는 고려하지 않았음을 밝혀둔다). 어느 내국법인이 국내에서 여러 기술을 이용해 휴대전화 10,000대를 제조한 후 미국 자회사를 통해 미국에서 판매하기 위해 수출하였다. 경쟁업체인 미국법인은 그 사실을 알고서 내국법인과 위 미국 자회사가 휴대전화를 미국에서 수입․판매하는 행위가 자 신의 미국 특허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미국 국제무역위원회(United States International Trade Commission)에 신고하였다. 이에 미국 국제무역위원회가 잠정 수입금지조치를 취하자, 내국법인은 해당 휴대전화의 통관이 거부되는 피해를 최소화하고자 급히 경쟁업체인 미국법인과 미국 특허권에 관한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여 사용료를 지급한 후 이를 근거로 수입금지해제조치를 받았다. 그 후 미국 자회사는 휴대전화 10,000대에 대한 통관절차를 밟아 미국 내에서 판매하였다. 위와 같은 가상 사례에서 다수의견은 사용료가 국내에서 휴대전화 제조 시 미국 특허권 대상인 ‘특허기술’ 자체를 사용한 대가라고 보자는 것이나, 내국법인이 이러한 ‘특허기술’을 활용하여 휴대전화를 제조하였다고 볼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근거는 위 사례에서 전혀 주어진 바 없다. 설령 내국법인이 해당 ‘특허기술’을 활용하여 휴대전화를 제조하였다는 가정을 추가해 보더라도, 이는 국내에서 이미 공지의 기술이므로 이를 활용하는 데 아무런 제약이 없고, 따라서 내국법인은 경쟁업체인 미국법인에 그 사용에 대한 대가를 치를 필요가 없다. 내국법인은 미국 자회사로 하여금 우리나라에서 제조된 휴대전화를 미국에 수입․판매하게 하는 과정에서 ‘미국 특허법’이라는 법적인 제약을 마주하게 되자 합법적인 수입․판매를 위해 사용료를 지급하였을 뿐으로, 이는 오히려 ‘미국 특허권을 미국에서 사용한 대가’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나아가 ‘특허기술’의 사실상 사용자와 미국 내 실시자(미국 특허권 침해자)의 지위가 완전히 분리된 다음의 사례를 보면, 내국법인이 ‘특허기술’의 사용대가를 지급할 필요가 없다는 점을 더욱 뚜렷하게 알 수 있다. 즉, 내국법인이 휴대전화를 미국에 수출할 의도 없이 국내에서만 판매할 목적으로 제조하였는데, 이와 무관한 무역업자가 그 휴대전화를 매입한 후 마찬가지로 내국법인과 무관한 별개의 미국법인을 통해 미국으로 수출․판매하였다고 가정하면, 미국 특허권을 가진 경쟁업체로부터 특허침해책임을 추궁당할 사람은 원칙적으로 위 무역업자 등일 뿐 해당 내국법인이 아니고, 따라서 내국법인이 설령 제조 과정에서 경쟁업체인 미국법인의 ‘특허기술’을 이용하였더라도 그에게 사용료를 지급할 이유가 없다. 그럼에도 만일 해당 내국법인이 미국 특허권을 가진 경쟁업체에 무언가 ‘대가’를 지급하였다면, 이는 미국 특허법상 유도침해 등과 관련된 특허침해분쟁을 피하기 위한 차원으로서, 광의에서의 ‘미국 특허권을 미국에서 사용한 대가’에 해당하는 것이지, ‘특허기술’ 자체를 국내에서 사용하는 대가로 볼 수 없다.
2. 다수 보충의견이 처분문서의 증명력에 관하여 언급하였으므로 이에 관하여도 본다. 반대의견이 이미 언급한 것처럼 법률행위의 해석은 사용된 문언에만 얽매여서는 안 되고, 법률행위가 이루어진 동기와 경위, 그 법률행위로 달성하려는 목적과 진정한 의사, 거래의 관행 등까지 모두 종합하여 합리적으로 해석하여야 한다. 반대의견은 위와 같은 법리를 기초로 이 사건 사용료가 ‘미국 특허권의 미국 내 실시에 대한 대가’라는 점을 충분히 논증하였고, 이는 이 사건 계약서의 기재를 감안하더라도 다르지 않다. 다수 보충의견은 이 사건 계약서에 라이선스의 지역적 범위가 ‘전 세계’로 명시된 점이나 허용되는 행위 유형이 판매뿐만 아니라 제조, 수입, 수출 등까지 광범위하게 정해진 점을 근거로 제시한다. 그러면서 이 사건 사용료가 전적으로 미국 내 사용만을 위한 것은 아니라거나, 오로지 ‘미국’이라는 특정한 지역에서의 ‘판매’에 대한 대가로만 사용료를 책정하여 지급한 것이 아니라고 한다. 하지만 이 사건 계약서의 다른 부분을 보면, 원고와 소외 회사가 진정으로 라이선스의 대상으로 삼고자 했던 것은 미국 내에서 효력을 가지는 ‘미국 특허권’이고 그 특허권에 의한 보호와 동떨어진 채 존재하는 ‘발명’이 아님을 충분히 알 수 있다. 이 사건 계약 제2조에는 “원고가 ‘라이선스 대상 특허’ 관련 본 계약에 포함된 라이선스 및 면책에 대한 대가로 사용료를 지급한다(In consideration of the licenses and releases contained in this agreement relating to the ‘licensed patents’, 원고 shall pay to 소외 회사 …).”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전문에서는 그 ‘라이선스 대상 특허’(licensed patents)가 별지에 명시된 특허와 그 관련 특허임을 명시하고 있고, 별지에는 미국 특허등록번호 40개가 열거되어 있다. 다수 보충의견이 인용한 처분문서의 문언을 중시하여야 한다는 법리에 따르면 이 사건 계약에서의 라이선스 대상은 위 해당 문언과 같이 미국 등록 특허권 그 자체로 보아야 한다. 언뜻 이에 배치되는 듯한 위 라이선스의 지역적 범위에 관한 기재(예컨대 ‘worldwide’)는 단지 원고가 미국 특허권인 이 사건 특허권을 사용함에 있어서 지역적 제약을 따로 설정하지 아니하였음을 주의적․확인적으로 언급한 것일 뿐이다. 이는 가령 원고가 우리나라에서 제품을 제조한 후 이를 미국에서 수입․판매하는 것에 대해 따로 문제삼지 않겠다는 취지일 따름이다. 이를 특허권 속지주의 관점에서 보면 ‘우리나라에서 제품을 제조하는 것’ 자체는 원래부터 금지되지도 않지만, 해당 제조행위에 대해 미국 특허권자가 법적으로 문제를 제기하지 않겠다는 점을 재차 확인하는 취지에서 들어간 문구 정도로 이해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이러한 문구가 포함되었다고 해서, 이 사건 사용료의 체결 경위나 라이선스 대상에 관하여 훨씬 중요한 명시적 기재가 존재함에도, 이 사건 사용료 전체를 미국 특허권의 효력이 미치지 않는 국내에서 이루어진 발명의 사실상 사용에 대한 대가로 파악하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것이다.
판결 내용은 붙임과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