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판단
- 가. 이 사건의 쟁점 구 조세특례제한법 제9조 제1항 은 ‘연구개발 및 인력개발’을 ‘연구·인력개발’로 정의하면서 같은 조 제2항 제1호에서 ‘연구·인력개발비’를 ‘연구·인력개발에 필요한 비용(새로운 서비스 및 서비스 전달체계를 개발하기 위한 연구개발의 경우 자체 연구개발에 필요한 비용만 해당한다) 중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비용’으로 정의하고 있고, 같은 조 제5항은 ‘연구개발’은 과학적 또는 기술적 진전을 이루기 위한 활동과 새로운 서비스 및 서비스 전달체계를 개발하기 위한 활동‘으로, ’인력개발‘은 ’내국인이 고용하고 있는 임원 또는 사용인을 교육·훈련시키는 활동‘으로 정의하면서 그 구체적인 범위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구 조세특례제한법 시행령 제8조 제1항 본문은 ’구 조세특례제한법 제9조 제2항 제1호 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비용이란 법 제9조 제5항에 따른 연구개발 및 인력개발을 위한 비용으로서 [별표 6]의 비용을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별표 6] 1.의 가.항 ’자체연구개발‘의 2)항에서는 ’전담부서 등 연구개발서비스업자가 연구용으로 사용하는 견본품·부품·원재료와 시약류구입비(시범제작에 소용되는 외주가공비를 포함한다)‘를 세액공제를 적용받는 연구인력개발비로 규정하고 있다(이하 ’이 사건 규정‘이라 한다). 따라서 이 사건 비용이 전담부서 등에서 연구용으로 사용하는 견본품, 부품, 원재료의 비용으로 구 조세특례제한법상 세액공제 대상인 연구인력개발비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이 사건의 쟁점이다.
- 나. 구체적 판단
1. 조세법률주의의 원칙상 과세요건이나 비과세요건 또는 조세감면요건을 막론하고 조세법규의 해석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법문대로 해석할 것이고 합리적 이유 없이 확장해석하거나 유추해석하는 것은 허용되지 아니하며, 특히 감면요건 규정 가운데에 명백히 특혜규정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은 엄격하게 해석하는 것이 조세공평의 원칙에도 부합한다 할 것이고(대법원 2009. 8. 20. 선고 2008두11372 판결 등 참조), 과세처분 취소소송에서 비과세요건이나 공제요건 등에 대한 증명책임은 원칙적으로 납세의무자에게 있다(대법원 2009. 7. 9. 선고 2007두4049 판결 등 참조). 구 조세특례제한법상 연구·인력개발비 세액공제 제도는 기업의 연구개발전담부서에서 소요되는 일정 범위의 인건비 등이 있는 경우에는 기업의 기술인력개발을 장려하려는 목적에서 일정 범위의 금액을 해당 과세연도의 소득세 또는 법인세에서 공제하도록 하는데 취지가 있으므로, 해당 과세연도의 연구 및 인력개발에 직접적으로 대응하는 비용만을 세액공제 대상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대법원 2014. 3. 13. 선고 2013두22147 판결 등 참조). 원고는 이 사건 비용을 손금으로 산입하여 세액을 감소시켰고 이러한 손금산입과는 별도로 추가로 세액을 공제받으려고 하는 점에 비추어 이 사건 세액공제와 관련된 규정들은 기업의 기술인력개발을 장려하려는 목적에서 일정 범위의 금액을 해당 과세연도의 법인세에서 공제하여 주는 특혜규정으로 엄격하게 해석하는 것이 조세공평의 원칙에 부합한다.
2. 앞서 든 증거와 갑 제7, 8, 11, 12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와 영상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아래와 같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 가) 2차 전지(secondary battery)라 함은 축전지, 충전지 혹은 베터리라고 부르는, 외부의 전기 에너지를 화학 에너지의 형태로 바꾸어 저장해 재사용할 수 있게 만든 전지를 의미하는데, 2차 전지의 제조공정은 일반적으로 ① 전극공정(원재료 투입이 된 후 전극을 구성하게 되는 활물질과 도전재 및 바인더를 섞어서 양극과 음극을 제조하는 공정), ② 조립공정(전극공정에서 넘어온 극판을 쌓고 전해액을 주입하는 캡을 씌우거나 파우치라면 밀봉 후 전해핵을 주입하는 공정), ③ 화성공정(전지의 특성을 띄게 만드는 공정), ④ 기타공정(검사장비를 통해 셀의 불량을 점검하고 난 뒤 포장 및 출하하는 공정)으로 구분된다.
- 나) 일반적으로 2차 전지를 제조하는 회사(이하 ’2차 전지 제조사‘라 한다)들은 자신의 공정에서 조립공정, 화성공정 및 기타공정을 진행하고 있고, 원고와 같은 장비업체 등은 전극공정을 담당하여 2차 전지 제조사들의 공정에 적용하고 있다. 전극공정은 믹싱, 코팅·건조, 압연, 슬리팅, 진공건조 작업으로 이루어지고 있는데, 원고는 주로 전극공정에서 ’음극재 및 양극재를 제조하는 과정에서 극판인 알루미늄 또는 동판 등에 양/음극 활물질을 코팅·건조, 압연, 슬리팅하는 장비‘를 2차 전지 제조사의 요청 사항에 맞추어 개별적으로 제작하여 납품하고 있다.
- 다) 원고 개발부서는 이 사건 시제품을 제작하여 그에 대한 구동테스트를 통해 개선한 후 해체하여 고객사의 현장에 보내어 개선된 시제품과 동일한 사양으로 고객의 생산 공정 현장에서 재조립 설치한 후 해당 장비를 세팅하고 다시 추가적인 구동테스트, 시생산 테스트를 진행하는 개선 과정을 거쳐 이 사건 설비를 제작 및 개선하고 최종적으로 2차 전지 제조사들에게 이를 납품하였다.
- 라) 또한, 원고는 위와 같은 과정에 따라 이 사건 설비를 제작 및 개선하는 과정에서 기존에 보유하던 기술을 적용하는 외에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여 특허 등록을 하기도 하였는바, 14개 개별 프로젝트별 적용된 특허 또는 새로 발생된 특허의 구체적 내역은 아래와 같다.
- 마) 한편, 이 사건 설비의 납품품목 및 납품가, 원고가 세액공제의 대상이 되는 연구개발비용이라고 주장하는 14개 개별 프로젝트별 재료비의 구체적 내역은 아래와 같다.
3. 위 인정사실에 앞서 든 증거들과 을 제1 내지 4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원고에게 있어 이 사건 시제품을 제작 및 개선하는 과정에서의 연구개발 노력과 그 성과는 2차 전지 제조사와의 계약 이행에 부수적으로 수반된 것으로 볼 수 있을 뿐 원고의 자체연구개발을 주된 목적으로 한다고 평가할 수 없고,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이 사건 비용이 구 조세특례제한법 제10조 제1항 의 세액공제의 대상이 되는 연구개발비에 해당한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므로, 원고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 가) 이 사건 비용이 연구개발비 세액공제 대상이 되기 위해서는 과학적 또는 기술적 진전을 이루기 위한 활동에 필요한 비용이면서 동시에 이 사건 규정에서 정한 바와 같이 전담부서등에서 연구용으로 사용하는 견본품·부품·원재료와 시약류구입비에 해당하여야 한다. 원고는 이 사건 비용은 이 사건 설비 자체의 가격이 아니라 시제품을 제작하고 개선하는데 사용한 견본품, 부품, 원재료, 시범제작에 소용되는 외주가공비에 해당한다고 주장하고 있고, 원고가 제작한 이 사건 시제품이 이 사건 규정에서 명시한 견본품에 포함될 여지가 있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사건 규정에 의하면 연구인력개발비 세액공제 대상이 되는 것은 ’전담부서 등이 연구용으로 사용하는 견본품·부품·원재료와 시약류구입비‘일 뿐이고 거래처에 공급할 목적으로 제작한 ’설비 제작비용 전체‘가 세액공제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 즉, 이 사건 시제품을 제작하고 개선한 주체의 주된 목적이 자신의 전담부서등에서 연구용으로 사용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이를 완성된 제품으로 판매하는데 있다면, 이 사건 시제품을 이 사건 규정에서 정한 연구용 견본품 내지 시제품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고, 계약의 이행을 위해 자체연구개발이 필요하다는 점만으로 그 계약의 목적물 자체에 대한 제작비용을 연구개발에 필요한 비용으로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만약 고객사에게 공급하기 위하여 비정형 설비를 제작하는 과정에서 연구개발이 필요하였고 위 연구개발을 위하여 부품이나 시약류를 구입하여야 했다면 위 비용은 연구개발비 세액공제 대상이 될 수 있을 것이지만 이 사건 비용은 그 비정형 설비 제작·공급 비용 자체에 해당하여 연구개발비 세액공제 대상이 될 수는 없다. 원고는 위 표의 순번 1(발주사 qq)의 경우 초도 시제품을 원고 공장에서 구동한 후 해체하여 고객사의 공정으로 이동하여 이를 재조립하였고 기존 부품은 재활용하기도 하며 최종적으로 고객사가 원하는 사양에 따라 구동이 되는 경우 이를 최종 장비로 납품한다고 진술하기도 하였는바, 원고의 위 진술에 의하더라도 이 사건 비용은 결국 원고가 개별 계약에 따라 납품하기로 한 이 사건 설비 제작비용 그 자체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원고가 자체 연구 목적으로 이 사건 시제품을 제작하였다면 위 시제품을 원고의 연구용 견본품 내지 시제품으로 볼 수 있겠지만, 실제로 원고가 고객사와 체결한 일반적 구매 계약의 이행을 위해 이 사건 시제품을 제작한 이상[예를 들어, 위 표의 순번 1(프로젝트 코드: C0000-00)의 경우 원고가 qq이라는 중국 업체로부터 00,000,000,000원의 대금을 지급받고 양극재 배터리 코팅 머신 장비를 개발하여 해당 업체의 생산라인에 적용하는 것을 내용으로 한다], 처음부터 계약상대방에게 대가를 받고 공급할 목적으로 제작한 제품을 이 사건 규정상의 연구용 견본품 내지 시제품으로 볼 수는 없다. 이에 대하여 원고는 이 사건 프로젝트를 수행함에 있어 연구개발과정에서 발생하는 위험, 책임과 비용 등을 온전하게 원고가 전부 부담하는바, 세액감면이라는 보상책을 마련함으로써 연구개발에 대한 기업의 투자를 독려하기 위함인 연구인력개발비세액공제 제도의 취지에 비추어 세액감면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고도 주장한다. 그러나 이 역시 원고가 고객사와의 계약에 따라 고객사가 요구한 사양에 부합되는 장비를 납품할 의무가 있기 때문에 계약을 이행하지 못하였을 경우 그에 따른 위험과 책임이 뒤따를 뿐이지, 원고가 순수하게 자체 연구 목적으로 시제품을 제작하는 등의 과정에서 부담하는 위험, 책임 등과는 구별된다(원고와 고객사와의 계약 내용에는 납품설비 사양, 배송, 설치, 품질보증, 불량에 대한 청구 등에 관한 사항에 포함되어 있다). 원고가 시제품을 제작하고도 최종적으로 고객에게 납품하지 못하는 위험에 대하여는, 그러한 위험은 원고 영업방식에서 유래한 것으로 고객들과의 가격협상과 전가를 통한 위험분산의 방법으로 이를 해결하여야 하고, 그 위험을 세액감면으로 보전받는다면, 오히려 기술혁신을 촉진하려는 연구인력개발비 세액 공제 제도의 취지에 맞지 않는 결과가 생길 수도 있다.
- 나) 구 조세특례제한법 제9조 제5항 은 ‘연구개발’은 과학적 또는 기술적 진전을 이루기 위한 활동과 새로운 서비스 및 서비스 전달체계를 개발하기 위한 활동‘으로 규정하고 있다. 원고는 자신의 책임과 비용으로 원천기술인 롤투롤 기술에 선행개발된 다양한 특허권 등을 응용하여 고객사별로 요구사항이 상이한 다양한 장비를 개발하고 이러한 장비개발은 원고가 2차 전지 제조공정에 적합한 신규 장비를 개발할 수 있는 노하우가 되고 있으며 이를 다시 후속 장비의 개발에 활용하며 끊임없는 진전을 이루고 있는바, 이 사건 프로젝트는 상품화 개발로서 원고의 과학적 또는 기술적 진전을 이루기 위한 연구개발활동에 해당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물론, 시제품의 제작 및 개선에 기술적 진전을 이루기 위한 활동의 일환으로서 연구개발의 요소가 있다. 그러나 공제요건 즉, 이 사건 비용이 과학적 또는 기술적 진전을 이루기 위한 활동에 필요한 비용이라는 점에 대한 입증책임은 원고에게 있을 것인데, 이 사건 비용 중에는 이 사건 설비를 제작 및 공급하는데 소요되는 단순 원자재비 등도 포함되어 있고 고객들의 매수대금에 반영되어 있기도 하므로, 위 비용들은 과학적 또는 기술적 진전을 이루기 위한 활동에 필요한 비용이라고 보기 어렵고, 위 표의 순번 3, 7, 8, 11은 새롭게 특허 출원을 한 것도 아닌바 과학적 또는 기술적 진전과 어떠한 관련이 있는 것인지 알 수 없다. 또한, 원고는 이 사건에서 연구인력개발비로 세액공제의 대상이 된다고 주장하는 이 사건 비용에 관하여 전력비, 소모품비, 인건비 등 공통경비 등은 제외한 나머지 시제품 제작 및 개선에 사용된 비용만 포함시켰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앞서 살핀 바와 같이 이 사건 설비 14개 전체의 납품가 대비 재료비 비중이 약 50% 정도로 상당히 높은 점, 원고의 과세연도 매출액에서 이 사건 비용이 차지하는 비중을 일반 제조업 평균 매출액 대비 연구비 비중(을 제4호증에 의하면 2019년 우리나라 제조업 평균 연구개발비 규모는 매출액 대비 4.49%이다)과 비교하여도 상당히 높은바 이는 이례적인 점 등을 고려하면 이 사건 비용 중에 과학적 또는 기술적 진전을 이루기 위한 순수 연구개발에 필요한 비용만 포함되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 다) 한편 구 조세특례제한법 시행령 제8조 제2항 제7호 는 ’위탁받아 수행하는 연구활동‘을 연구개발에서 제외하고 있는바, 시제품의 제작 및 개선에 기술적 진전을 이루기 위한 활동의 일환으로서 연구개발의 요소 즉, 과학적 또는 기술적 진전을 이루기 위한 활동요소가 있다고 하더라도, 원고는 2차 전지 제조사들의 발주를 받아 이 사건 설비를 제작한 것으로 연구개발에는 위탁받아 수행하는 연구활동이라고 할 것이어서 이 사건 비용 자체에 대하여 세액공제를 인정하는 것은 위 규정에도 위배된다고 할 것이다.
- 라) 원고는 예비적으로 초도 시제품 제작비용이라도 연구개발비 세액공제 대상으로 인정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즉 원고는, 고객으로부터 제작의뢰를 받아 시제품을 제작한 후에(이 단계에 든 비용을 초도 시제품 비용으로 보는 듯하다) 이를 해체하여 고객사의 현장에 가지고 가서 이를 재조립한 후 구동테스트 등을 거쳐 제품 개선을 한 후 제품화 단계를 거치게 되는데, 이러한 과정에 비추어 다음 표와 같이 초도 시제품제작비용은 연구개발 활동에 직접적으로 대응되는 비용이라고 주장한다. 살피건대, 초도 시제품 제작비용은 원고가 고객사로부터 주문을 받아 시제품을 최초로 조립하여 고객사에 설치하기 전까지의 공정에 든 비용을 말하는 것 같은데,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원고의 예비적 주장도 이유 없다.
① 앞서 본 바와 같이 초도 시제품은 추후 고객사에서 다시 재조립되어 설치되어 최종적인 상품의 일부가 되고, 초도 시제품 제작비용은 고객으로부터 받을 상품 대금에 다 포함된다(예를 들어, 순번 1번의 qq프로젝트의 경우 초도 시제품 제작비용은 0,000,000,000원이고, 시제품 개선비용은 0,000,000,000원이나, 대금은 00,000,000,000원이다).
② 원고의 영업은 그 성격상 도급에 해당한다고 할 것인데, 도급의 최종 목적물을 공급하기 위하여 시제품을 제작하는 것을 연구개발 목적에 대응하는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③ 원고가 주장하는 초도 시제품 제작비용 중에는 고객사의 공급 목적이 아닌 원고의 자체 생산 공정 및 기술의 향상을 위한 연구개발비가 포함되었을 수도 있겠으나, 단순히 제품 공급을 위하여 투입하는 비용과 이를 구분하여 제출하지 않았다.
④ 원고의 조직에는 연구개발 전담부서 외에 양산부서는 존재하지 않는 것도 이러한 원고의 영업의 성격을 잘 보여주는데, 이러한 원고 조직의 특징에 비추어 보아도 연구개발 전담부서에서 직접 소요된 견본품ㆍ부품ㆍ원재료와 시약류 구입비라고 하여 이를 연구개발비라고 단정하기 어렵다.